우산 뒤집어져도 ‘방긋’ 李총리, 한일 개선 메시지 전달 ‘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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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2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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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이낙연 총리.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이낙연 총리.
한일 관계 변곡점 마련의 막중한 임무를 안고 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순방 첫날부터 관계 개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했다.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 셈이지만 이 총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직접 한일 우호 현장을 찾아 “인간애는 국경도 넘는다”며 적극적인 관계 개선의 뜻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총리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22일 새벽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를 타고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이 총리는 처음부터 비바람 때문에 난감한 일을 겪었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트랩을 내려오는 순간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우산이 뒤집어진 것이다.

당황한 이 총리는 이내 우산을 버리고 비를 맞으면서 트랩을 내려왔지만 특유의 미소만은 잃지 않았다.

이 총리는 출국 전 서울공항에서부터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만나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는 “단 한번 방문으로 (한일 관계의)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한일관계가 조화롭고 성숙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양국관계에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두 나라가 지혜를 갖고 해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입국부터 비를 맞은 이 총리는 짐을 풀기도 전에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한 업무협의 조·오찬을 진행했다.

이후 이 총리는 오후 1시 연미복으로 갈아입고 도쿄 왕궁(황거)에서 거행되는 일왕 즉위식에 남관표 주일 대사와 참석해 새로운 ‘레이와(令和, 일본 연호) 시대’를 축하했다.
이낙연 총리가 일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에 마련된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일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에 마련된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정부 최고위 인사인 이 총리가 일본 최대의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일본에 예우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 총리의 참석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총리실은 “과거사 문제 등 갈등요인과 별도로 양국 간 미래지향적 우호·협력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 총리는 한일 우호 현장의 상징인 고(故) 이수현씨 사고현장을 방문해 “한국과 일본은 길게 보면 1500년의 보호·교류 역사가 있다.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안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처럼 50년이 되지않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우호·협력 역사를 훼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씨는 2001년 고려대 무역학과를 휴학한 뒤 도쿄 아라카와(荒川)구의 아카몬카이(赤門會) 어학원에서 공부하던 유학생이었다. 당시 도쿄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 지하철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중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 취객을 발견, 일본인 사진작가와 같이 몸을 던졌지만 전철에 치여 26세의 나이로 숨졌다.

이 총리의 이날 방문은 한일관계가 강제징용 판결과 수출규제 문제로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서도 양국 간 우호 정신을 살려나가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총리는 “의인 이수현씨가 국경을 생각해서 몸을 던졌겠나.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며 “인간애는 국경도 넘는다는 것을 두 분의 의인이 실천해 보이셨다”며 “그러한 헌신의 마음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리는 일왕 내외가 초대한 궁정 연회에 참석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와 처음 마주칠 것으로 예상돼 한일 관계 메시지를 건냈을지 주목된다.

(도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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