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수업료 지불”…DLS사태서 배우는 투자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8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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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이번에 값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생생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수천억 원대 피해를 입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나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을 지켜본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DLF나 헤지펀드가 대체 투자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짧은 기간에 투자가 급증하는 등 ‘쏠림’ 현상이 심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 판매 잔액은 9월25일 현재 6723억 원. 이 가운데 5784억 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예상 손실은 3513억 원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규모는 최대 1조3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라임이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당장 원금 손실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일부 투자자의 경우 최장 4년 8개월을 기다려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 인기 비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원을 저금리에서 찾고 있다. 1%대의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중수익을 보장하면서도 주식처럼 위험하지 않은 안전형 상품을 찾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의 이런 수요에 맞춰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 대거 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가 사모펀드 시장을 적극 육성하면서 중수익을 보장한다는 사모펀드 상품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일부 베이비부머들도 이런 흐름에 올라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DLF에 60세 이상 노인들이 투자한 것은 기대 여명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축적해놓은 재산으로는 노후 자금이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에 은행이 안전하다고 적극적으로 권유한 탓이 컸다”고 설명했다.

기존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대표 주자로 알려졌던 금융 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두 상품의 발행 잔액은 116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9월 말 105조4000억 원에서 10조 원 이상 늘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는 뜻이다. 사모펀드 수탁액도 2014년 173조 원에서 지난해 말 333조 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이들 상품의 구조를 제대로 몰랐다는 점은 안타깝다. DLS란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은행에서는 DLS를 편입한 펀드로 팔았기 때문에 DLF로 불린다. 주가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와 구조는 비슷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DLS든 ELS든 본질적으로 투자자가 일정한 프리미엄(수익)을 얻는 대신 보험 사고가 터졌을 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회사 같은 역할을 떠안아야 하는 고위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ELS는 그동안 위험성을 낮췄다고는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들 상품이 계속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꾸준히 판매되는 이유도 당장 눈에 보는 이익이 있어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DLF 판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행태나 헤지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한 정책 당국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원망한다고 해서 투자 손실을 모두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기 재산을 지키려면 원칙에 충실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에셋대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아는 범위 내에서 투자하되 DLS든 헤지펀드든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해도 ‘다걸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좋은 자산에 분산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CFA(국제 공인 재무분석사) 한국협회 박천웅 회장(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도 “설사 ELS나 DLS에 투자하더라도 전체 자산 가운데 극히 일부만 배분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괜찮았으니까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태도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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