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처럼 진짜 같은 가짜 영상인 ‘딥페이크(Deepfake)’가 급증하고 있다. 영화 제작, 의학적 활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영상만 아니라 가짜뉴스, 포르노를 만드는 데 악용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딥페이크는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케이팝 딥페이크’ 포르노 수천 건 유통
특히 한국 여성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한 포르노 영상이 중국을 중심으로 제작돼 유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케이팝 딥페이크’가 포르노의 한 장르를 형성할 정도다. 네덜란드 보안기업 딥트레이스가 최근 발표한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의 딥페이크 영상은 총 1만4678개로 이 중 96%가 포르노다. 피해자 중 한국 연예인이 25%로 미국(41%) 다음으로 많다.
유력 기업인, 정치인이 등장하는 가짜뉴스도 종종 나온다. 특히 2020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가에선 ‘딥페이크 경계령’이 내려져 있다. 미국 보안기업 파이어아이 관계자는 “러시아나 이란의 미국 대선 개입 수단이 과거에는 텍스트 기반의 가짜뉴스 위주였다면 내년에는 딥페이크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훨씬 큰 파괴력을 지닐 것”이라고 했다.
딥페이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면서 리벤지 포르노나 정치적 공격을 목적으로 한 영상 등이 범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미국 입법·기술 개발 활발…한국은 대응 부재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 가짜뉴스에 비교적 관대한 미국도 딥페이크에 대해선 적극적인 규제 법안을 마련 중이다. 15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딥페이크의 발전과 해외 법제도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의회에선 정부가 1년 6개월마다 딥페이크의 현황을 조사해 발표할 것을 규정하거나 딥페이크의 발신자를 표기할 것을 의무화한 법안 등이 활발하게 발의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까지 뾰족한 대응 조치가 없다.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장은 “딥페이크는 산업적 잠재력이 큰 기술이지만 기존의 허위 정보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입법 검토를 하면서 정부가 기업과 연계해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호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