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이웃, 오래 가게… ‘김용안 과자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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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것이 요즘 세상이라지만, 우리 곁에는 오랜 시간 골목을 지키고 있는 노포(老鋪)들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들을 ‘오래가게’라는 이름으로 기리고 있습니다. 어느새 떼지 못할 만큼 정이 들어버린 이웃을 소개합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부근 작은 과자가게. 문을 열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사로잡습니다. 10평(약 33m²) 남짓한 공간에 자리 잡은 ‘생과자’ 진열장 뒤로 과자 굽는 틀이 눈에 띕니다. 일본식으로 ‘센베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는 한자 그대로 ‘전병(煎餠)’으로 부르기도 하는 이 과자를, 여기서는 생과자라고 부릅니다. 땅콩, 들깨, 파래, 생강…. 동그라미, 세모, 네모, 부채꼴…. 맛과 모양새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이 절로 떠오릅니다.

올해 1월 작고한 김용안 사장이 당당히 이름을 걸고 낸 가게, 1967년부터 삼각지 큰길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김용안 과자점’은 이제 아들(김형중·50)과 사위(임완식·41)가 지키고 있습니다. 아들은 벌써 16년째, 사위는 11년째 대를 이어 과자를 굽고 있습니다. 힘겹게 일군 가게를 그대로 닫아버릴 수는 없다는 선대의 뜻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습니다.

과자 만드는 과정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임완식 씨(사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과자 반죽이 다르고 굽는 불 온도도 다르게 맞춰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라고 설명합니다. “적어도 2년은 불 옆에서 배워야 겨우 흉내 정도 낸다”는 것이 그의 표현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꼬박 8시간을 구워야 겨우 진열장의 한 칸을 채울 만큼 만드는 속도도 더디고 채산성도 낮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자 굽는 집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고, 그래서 이제는 오히려 희소성 있는 과자로 다시 각광을 받게 됐습니다. 특유의 바삭한 식감과 달콤하고 고소한 맛도 한몫을 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만든 과자를 다 팔고 일찍 문을 닫는 날도 늘었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잔꾀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손으로만 굽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만드는 방식이 같으니 맛이 달라질 리 없습니다. 김형중 씨와 임완식 씨는 매일 오전 6시면 가게에 나와 하루를 준비합니다. 고집스러운 장인(匠人) 정신도 대물림된 모양입니다.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55. 서울지하철 삼각지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1분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오래 가게#김용안 과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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