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석에 앉은 라드라 씨는 꾸벅꾸벅 졸았다. 그런 그를 깨운 건 운전대를 잡은 친구의 외마디 비명이었다.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지자 당황해 소리를 지른 것이다. 놀라서 깬 라드라 씨의 눈엔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의 전조등 불빛밖에 보이지 않았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이 라드라 씨가 앉아 있던 조수석 문을 들이받은 것이다.
라드라 씨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지만 곧 회복했다. 시속 60km로 달리던 차량이 조수석 문을 들이받았는데도 라드라 씨는 약간의 찰과상만 입었다. 그가 타고 있던 차량인 볼보 S60 모델의 조수석 측 터진 풍선 형태의 커튼이 그를 구한 것이다. 볼보의 토마스 브로베리 교통사고연구팀 수석연구원은 “1990년대에 스웨덴에서 특히 많았던 L자형 충돌 사고(차량 정면이 다른 차량 측면을 들이받는 사고)를 분석해 측면에서 터지는 풍선 형태의 커튼 등 탑승자 피해를 줄이는 설계를 차량에 반영했다”며 “이 때문에 라드라 씨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만약 구형 모델이었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일(현지 시간)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볼보 본사에 전시돼 있던 라드라 씨의 사고 차량 조수석 문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볼보는 1970년 ‘교통사고 연구팀’을 만들어 보다 더 안전한 차량을 개발하는 데 교통사고 현장 사례를 활용하고 있다. 1959년 볼보는 차량 탑승자의 허리뿐 아니라 가슴까지 함께 붙들어두는 ‘3점식 안전띠’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볼보는 스웨덴에서 자사 차량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경찰, 보험사 등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현장에 직접 출동하거나 사고 기록을 넘겨받는다. 볼보는 교통사고 연구팀을 만든 이후 49년 동안 7만2000여 명이 겪은 4만5000여 건의 교통사고 관련 기록을 축적해 놓았다.
‘보행자 에어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볼보다. 차량에 들이받힌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 등의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 끝에 탄생시킨 것으로 차량 내부가 아닌 차량 밖 앞 유리 부분에서 터지는 에어백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상반기(1∼6월) 보행자가 죽거나 다치는 교통사고가 잇따르자 볼보의 보행자 에어백 실험 영상이 방송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볼보는 음주나 휴대전화 사용 등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운전자 상태를 자동으로 감지해 속도를 줄이고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차량 기능 도입을 준비 중이다. 볼보는 특히 올 3월 세계 완성차 업체 최초로 앞으로 판매할 차량의 최고 주행속도를 시속 180km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볼보는 ‘빨리 달리고 싶어 하는 소비자 권리를 제한한다’는 반발에도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브로베리 연구원은 “1959년 3점식 안전띠를 처음 도입했을 때도 운전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비판을 하지 않는다”며 “2020년엔 볼보 차량을 타는 모든 사람이 사망이나 중상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비전 2020’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차량 안전 관련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민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차량 안전기술 개발은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며 “우리도 유럽연합(EU), 일본 등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확대하는 세계적 추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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