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도 열렸다… 한국史와 함께 한 ‘전국체전 10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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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100회 전국체전 개최

1920년 11월 4일 서울 배재학당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에서 애국지사 이상재(오른쪽)가 하얀 
두루마기 차림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1920년 11월 4일 서울 배재학당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에서 애국지사 이상재(오른쪽)가 하얀 두루마기 차림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가 4∼10일 서울 잠실주경기장 등 72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전국체전이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1986년 이후 33년 만이다. 17개 시도와 18개 지역 해외동포 등 3만여 명이 참가해 육상, 승마, 양궁 등 47개 종목에서 겨룬다. 15∼19일에는 제39회 전국장애인체전이 개최된다.

4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진행되는 개회식에선 ‘몸의 신화, 백년의 탄생’을 주제로 평창 겨울올림픽 연출진이 준비한 대형 공연이 펼쳐진다. 100년 역사의 주인공인 시민들을 ‘뭇별(많은 별)’로 형상화한 원형 무대가 놓이고 상부에는 새로운 100년 도약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설치된다. 공연에는 예술인, 시민, 발달장애인, 자원봉사자 등 2229명이 참여한다. 애국가는 핸드볼 임오경, 레슬링 심권호, 체조 여홍철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 30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이 부른다.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의 업적을 되새기는 시간도 마련된다.

1945년 10월 27일 서울운동장(옛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제26회 전국체전에서 
기수로 나선 손기정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1945년 10월 27일 서울운동장(옛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제26회 전국체전에서 기수로 나선 손기정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지난달 22일 인천 강화군 마니산에서 채화한 성화 점화식도 진행된다. 역대 최다인 1100명의 주자, 최장기간(13일), 최장거리(2019km) 등 여러 기록을 경신한 성화는 4일 잠실주경기장에 입성한다. 성화 점화는 체육계 원로, 새터민, 장애인 등 10명이 함께 나선다. 최종 주자는 당일 밝힐 계획이다. 서울시는 성화의 불꽃과 염원이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100회 성화를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 독립유공자 후손 14명도 특별 초청됐다. 6명은 멕시코, 쿠바 등에서 활동했던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는다. 국내 독립유공자 51명과 국가유공자 328명도 초청했다.

전국체전은 1920년 11월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가 모태다. 학생과 일반인 각각 5개 팀이 참여했다. 대인 10전, 소인 5전의 입장료를 받은 최초의 유료 경기로 진행됐는데 입장료 수입이 200원에 달했다. 100전이 1원이었다. 1929년 첫 종합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축구 정구 육상 빙상 등 단일 종목의 전국적인 경기가 진행됐다.

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 27일 광주 서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제32회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가한 광주시내여중 연합합창단. 대한체육회 제공
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 27일 광주 서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제32회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가한 광주시내여중 연합합창단. 대한체육회 제공
광복 이후 1945년 10월 27일 서울운동장(옛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제26회 대회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여운형 조선건국동맹위원장, 이상백 조선체육동지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개회식 기수를 맡았던 손기정 선수는 눈물을 보였다. 전쟁 중에도 전국체전은 열렸다. 1951년 10월 17∼21일 전남 광주시(현 광주광역시)에서 제32회 전국체전이 진행됐다. 행사 요원이 부족해 현역 군인들이 기수를 맡기도 했다.

성화 봉송은 1955년 서울에서 열린 제36회 대회에 처음 등장했다. 올림픽 성화 봉송이 그리스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에서 시작한 것을 고려해 민족의 시조 단군이 제사를 지냈던 마니산 참성단에서 채화했다. 1969년 제50회 전국체전 개막식에는 처음으로 이북5도 관계자들이 공식 입장했고 제63회 대회부터는 이북5도 출신끼리 벌이는 축구 경기가 진행됐다. 이 축구 경기는 2005년 제86회 대회까지 이어졌다.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제76회 전국체전은 처음으로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인 경북 포항시에서 열렸고 강원 춘천 원주 강릉 속초시 4곳에서 열린 제77회 전국체전에서는 마스코트가 등장했다. 설악산 일대에 서식했다는 반달곰을 형상화한 ‘달곰이’가 처음 등장했고, 이후 제주도는 해녀가 성화를 든 모습인 ‘숨비’ 등 지역 특색을 살린 마스코트를 선보였다. 제100회 전국체전에선 서울의 상징 ‘해치’에 친구의 순우리말인 ‘아띠’를 합성한 ‘해띠’가 마스코트로 사용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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