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상사, 건강에도 나빠요[DBR]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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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신체 건강은 기업의 생산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기업들은 매년 직원들의 의료비, 질병으로 인한 결근, 생산성 손실 및 보상 청구 등으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들의 건강 문제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데, 한 캐나다 대학 연구진은 리더의 행동이 직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은 리더의 비인격적인 행동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 왔다. 최근 연구에서는 비인격적 관리자와 일한 근로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리더의 공격성이나 파괴적인 행동이 근로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동일한 시점에 조사해 양쪽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시 말해 관리자의 비인격적인 행동이 실제로 부하직원의 신체 건강을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로 불충분했다.

또 비인격적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주관적이고 근로자의 인지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캐나다 연구진은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을 직원들이 반추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을 검증했다. 즉, 한 번 받은 스트레스나 실패 사건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되새김질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부정적인 효과가 지속된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1년에 걸쳐 인격적인 관리감독이 근로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에서 근로자가 상사의 행동을 자주 되새김질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낳는지 살펴봤다.

먼저 대학 교직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참가자를 모집했다. 총 세 번에 걸친 전체 조사에는 182명이 참가했다. 이 중 중간에 상사가 변경된 직원 14명을 제외한 168명의 데이터가 최종 분석 자료로 활용됐다. 참가자의 48%는 남성이고 평균 나이는 37세, 71.9%가 대졸 학력이었다. 평균 재직 기간은 77개월이며 같은 상사와 평균 37개월을 함께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총 4개월 간격으로 3회에 걸쳐 설문 조사를 하고 비인격적인 관리 감독과 반추 경험, 주관적 신체 건강을 측정했다. 비인격적 관리 감독은 ‘나를 비웃는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질책한다’ 같은 총 15문항으로, 반추는 ‘나는 상사의 행동의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상사의 행동으로 인해 강한 감정의 파동을 경험했다’ 같은 7문항으로 측정했다. 주관적 신체 건강은 복통, 두통, 수면 문제 같은 다양한 신체적 문제를 14문항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시기에 측정한 비인격적인 관리 감독 수준이 강할수록 4개월 후인 두 번째 시기에 측정한 직원들이 상사의 행동을 되새김질하는 반추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스스로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그리고 두 번째 시기에 측정한 직원들이 상사의 행동을 자주 되새김질할수록 8개월 후인 세 번째 시기에 측정한 신체적 건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상사의 비인격적 행동이 근로자들이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만들고, 이는 심리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시켜 결국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을 검증했다. 직원들은 기존 신체 증상 수준과 관계없이 비인격적 관리 감독에 노출된 지 4개월 후 신체 건강의 변화를 경험했다.

이 연구 결과는 조직이 근로자의 건강을 관리할 때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관리자에게 과도하게 높은 목표가 부여되면 직원들의 업무 수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관리자들은 자기 조절에 실패해 비인격적 행동을 저지르기 쉬울 것이다. 리더의 비인격적인 말과 행동은 적대적인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히려 성과를 해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은 관리자들이 목표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고 스스로 비인격적인 말과 행동을 자제할 수 있도록 규정과 정책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또 직원들이 업무나 직장 내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마음 챙김 훈련을 지원해줄 필요도 있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80호에 실린 ‘리더의 폭력적 말―행동, 직원 건강에 악영향’을 정리한 것입니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못된 상사#직원#스트레스 유발#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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