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에너지 장관 “우라늄 생산-농축 원한다” 발언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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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 이복형 왕실직계로 발언에 힘 실려
핵개발 우려 커지는 가운데 내년 원전2기 국제입찰 주목

9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겸 신임 에너지 장관(59·사진)이 “미래에 우라늄 생산 및 농축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우라늄은 핵무기 개발의 핵심 재료여서 향후 중동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와 로이터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왕자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24차 세계에너지총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살만 국왕(84)의 아들이자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4)의 이복형이다. 하루 전 왕실 직계 인사로는 사상 최초로 에너지 장관에 임명됐다.

압둘아지즈 왕자의 이번 발언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과 에너지 다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우라늄 생산과 농축은 군사적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에 사우디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그의 이복동생인 무함마드 왕세자도 핵무기 개발 시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중동전문매체 MEE에 따르면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는 “핵무기를 원하지 않지만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사우디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의 핵심 동맹인 미국조차 사우디의 우라늄 생산과 농축에는 부정적이다. 사우디가 미국 원전을 도입하려면 ‘원자력협정(123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해당 협정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제공받는 나라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원전 수출을 희망하고 있어 사우디가 이를 이용해 123협정의 완화를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입찰 예정인 총 10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원전 2기 건설 사업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이다.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이 사업을 맡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압둘아지즈 왕자는 원전 건설 사업에 대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사우디 에너지장관#우라늄 발언 파문#원자력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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