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2주 앞둔 과수원 배 40% 우수수” 넋잃은 농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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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에 전국 피해 속출… 최대 풍속 초속 52.5m ‘역대 5위’
3명 숨지고 시설물 3600곳 파손… 벼-사과 등 1만4468ha 농작물 피해
9일 부터 비 시작돼 복구 차질

지붕 날아가고… 교회 첨탑 무너지고 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중앙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붕이 전날 강타한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대부분 뜯겨 나갔다(왼쪽 사진). 7일 서울 도봉구 지하철 창동역 인근 건물에 설치돼 있던 교회 첨탑이 강풍으로 떨어져 차량 위를 덮쳤다. 안산=뉴시스 /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붕 날아가고… 교회 첨탑 무너지고 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중앙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붕이 전날 강타한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대부분 뜯겨 나갔다(왼쪽 사진). 7일 서울 도봉구 지하철 창동역 인근 건물에 설치돼 있던 교회 첨탑이 강풍으로 떨어져 차량 위를 덮쳤다. 안산=뉴시스 /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역대 5위의 ‘강풍’ 기록을 남긴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3600여 곳에서 시설물 피해를 보았다. 논밭 등 면적 1만4468ha에서 농작물 피해가 나왔고 경남 합천 해인사에선 천연기념물 전나무가 쓰러지는 등 문화재 피해도 속출했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 링링 피해로 3명이 숨지고 소방관, 경찰관 등 24명이 다쳤다. 모두 3653곳에서 시설물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주택 18동과 상가건물 62동이 침수 피해를 봤다. 차량 파손은 84대로 집계됐으며 간판이 떨어졌다는 신고만 419건에 달했다. 태풍이 지나가는 동안 16만1646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7일 오후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 건물의 담벼락이 무너지면서 운전사 A 씨(38)가 깔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버스를 세운 뒤 잠시 쉬려고 담 옆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날 오후 3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골프장에서 건물 지붕 보수공사를 하던 B 씨(61)는 강풍으로 갑자기 날아든 패널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부산에선 휴무 중이던 소방관이 빗길에 전복된 승용차에 달려가 운전자와 가족을 구조했다. 부산 북부소방서 김용 소방사 등 소방관 3명은 기장군 두명터널 인근 도로변에서 전복된 승용차를 보고 달려가 차 안에 있던 30대 여성과 아들을 구조했다. 김 소방사는 “다행히도 안전띠를 착용하고 에어백도 정상 작동해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전했다.

7일 태풍 링링이 북상하면서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52.5m를 기록했다. 초속 52.5m는 역대 강풍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2003년 태풍 ‘매미’의 초속 60m 등에 이어 5위에 해당된다. 신안군 흑산면에선 전복, 우럭 양식장 50∼60%가 피해를 보았다. 김기남 흑산도 이장(55)은 “태풍 링링이 흑산도 양식장에 역대 최고의 피해를 준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태풍으로 1만4468ha 규모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강풍으로 벼가 쓰러지면서 생긴 피해(7516ha)와 과일이 떨어지면서 생긴 피해(3192ha)가 많았다. 비닐하우스, 인삼시설 등 시설물 파손 피해 규모도 229ha에 이르렀다.

전남 나주시 공산면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노봉규 씨(61)는 낙과 피해로 망연자실했다. 노 씨는 “2주일 후 배를 수확할 수 있었는데 강풍으로 40%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배 주산지인 나주는 배 과수원 2000ha 중 465ha가 낙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나주시 관계자는 “배 과수원 20∼3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화재 피해도 잇따랐다. 문화재청은 7일 국가지정문화재 9건, 등록문화재 1건, 시도지정문화재 11건 등 문화재 피해 사례 21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신라 문장가 최치원 관련 전설이 전해지는 나무의 후계목으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541호 ‘합천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가 쓰러졌다. 사적 제118호 진주성에서는 성곽 일부가 파손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링링은 8일 오전 9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서쪽 약 160km 육상에서 소멸됐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저기압의 영향으로 9일 전국이 흐리고 비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에는 제주와 남부지방 중심으로 비가 내린 뒤 오후에는 서울 경기 등으로 확대된다. 8, 9일 예상 강수량은 전라 제주 30∼80mm, 충청 20∼60mm, 서울 경기 경상 강원도 10∼40mm로 전망된다.

전국종합
#태풍 링링#전국 피해#농작물#강풍 역대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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