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4강외교 실무 여성시대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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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북미1과장에 박은경 내정… 日-中-러 이어 금녀의 벽 허물어
양자외교-통상분야서도 맹활약

한미 양자 외교를 총괄하는 외교부 미국 북미1과장에 여성 외교관이 처음으로 내정됐다. 주인공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박은경 현 장관보좌관(42·외무고시 37회)이다. 이르면 추석 전 발령이 날 것으로 보이는 박 보좌관은 올해 초까지 북미1과에서 차석을 지냈고 이후 강 장관을 보좌하고 있다.

박 보좌관의 내정으로 외교부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양자 외교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을 여성 외교관들이 차례로 차지하게 됐다. 2014년 당시 일본 업무를 총괄하는 동북아1과장(현 아시아태평양1과장)에 오진희 현 주체코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4강 외교 담당 과장으로 임명된 이후 그간 남성 외교관들이 독차지했던 4강 외교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선아 전략조정지원반 팀장(43·외시 35회)도 지난해 2월 여성 첫 동북아2과장(현 동북아1과장)에 올랐다. 올해 7월까지 1년 5개월간 한중 관계 실무에 집중했던 이 팀장은 현재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신설된 전략조정지원반에서 한국의 외교 전략을 검토 및 수립하는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달 부임한 이민경 신임 아태1과장(45·외시 35회)도 여풍의 주역이다. 이 과장은 독도 영유권 분쟁을 전담했던 국제법률국 영토해양과장 근무 경험을 되살려 한일 간 갈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러시아 및 유라시아 지역 외교에서도 여성세가 부각되고 있다. 권영아 유라시아 과장(47·외시 36회)은 6자회담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담당했던 언어 특기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4강 과장들이 정무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경제 및 통상까지 총괄하고 있다. 권 과장은 “여성이어서 힘든 것보다 미중일에 비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러시아나 유라시아 외교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올해 상반기 기준 본부 과장급에 보임된 여성 비율을 32%로 채우면서 당초 2022년까지 26.8%로 늘리겠다는 ‘외교부 여성 관리자 임용 확대 5개년 계획’을 조기 달성했다. 외교부 직원 내 여성 비율도 42.4%다. 외교부 관계자는 “4강 외교에 여성 과장이 나온 것은 여성 외교관 비율이 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차별을 받지 않고 중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미 양자 외교#외교부#외교부 북미1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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