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40년 가까이 세탁소를 운영한 믿음세탁소 박수동 씨(57)는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탁 전문 프랜차이즈 매장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일감이 크게 줄어 한숨을 내쉬던 지난해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이다. 박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부터 확인한다. 앱에는 지난 밤 사이 고객들이 인근 편의점에 맡기고 간 세탁물 현황이 나와 있다. 이 세탁물을 수거해 작업한 후 다시 편의점에 가져다주는 것이 모두 그의 몫이다.
○ 동네 세탁소 단점 해결해준 편의점
이 프로그램은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이 동네 세탁소와 손잡고 진행하는 서비스로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과 5대 광역시 지역 세탁소 450곳 및 편의점 600곳이 손을 잡고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인근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면 지정 동네 세탁소에서 세탁을 해 다시 편의점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앱 관리 등 정보기술(IT) 플랫폼은 스타트업 ‘리화이트’가 운영하고 있는데 세탁비의 일부 가량을 이 업체가 수수료로 받는다. 고객들이 지불하는 세탁비용은 여느 세탁소와 비슷하다. 편의점은 서비스만 제공하는 형태로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세탁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면서 편의점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기존 세탁소가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도 세탁물을 맡기거나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또 앱을 통해 언제든 세탁 진행 상황을 알 수 있으며 기존 동네 세탁소가 꺼리던 카드 결제도 가능하게 됐다. 회사원 김인석 씨(35)는 “퇴근하고 오면 동네 세탁소가 항상 문을 닫아 불편했는데 편의점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접근성과 편의성이 모두 높아졌다”고 말했다. ○ 골목상권 새 상생 모델 될 것
8일 GS리테일에 따르면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400여 곳의 동네 세탁소 대부분의 매출이 프로그램 참여 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수도 매달 150% 넘게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또 다른 세탁소 60대 점주는 “동네 단골손님뿐이었는데 매달 새로운 고객이 생기고 있다”며 “세탁소를 운영하는 대부분이 50, 60대로 홍보나 IT 서비스 활용에 익숙지 않은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생 모델이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식의 상생은 의미도 효과도 없다”면서 “각자 장점을 활용한 협업을 통해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높여주면서 서로 윈윈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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