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변의 초가을 만끽…8000여 명이 함께 달린 ‘공주백제마라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8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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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충남 공주시에서 동아일보 주최 2019 공주백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공주시 금강교를 참가자들이 달리고 있다. 공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8일 오전 충남 공주시에서 동아일보 주최 2019 공주백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공주시 금강교를 참가자들이 달리고 있다. 공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태풍 ‘링링’이 지나간 ‘백제의 고도’ 공주에서 가을철 마라톤 축제가 열렸다.

8일 충남 공주시 백제큰길 일대에서 열린 동아일보 2019 공주백제마라톤(공주시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공동주최). 8000여명의 달림이들은 무공해 청정 지역 금강변의 아름다운 초가을 풍경을 만끽하며 달리기를 즐겼다.

출발 약 1~2시간 전 비가 살짝 내리긴 했지만 출발을 앞두고는 말끔히 그쳐 달리기에 최적의 날씨가 됐다. 구름이 따가운 햇볕을 가려 달리기에는 오히려 나았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라톤 인기가 상승하고 있듯 이날도 20~30대 젊은 참가자들이 많이 눈에 띠였다. 마라톤 못지않게 패션에도 신경을 쓰는 이들은 완주한 뒤 밝고 멋진 모습으로 공주종합운동장 곳곳에서 서로 어울려 ‘인증 샷’을 찍으며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김정섭 공주시장은 참가자들과 10km를 함께 달리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풀코스 남자부에서는 이종현 씨(27·한국전력기술)가 우승했다. 이 씨는 지난주 참가한 한 마라톤대회에서 개인 첫 풀코스 우승을 차지한 뒤 이번 대회에서도 2시간39분55초로 정상에 오르며 단숨에 마스터스 마라톤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축구가 좋아 조기축구에 꾸준히 나가는 그는 “체력이 월등하니 마라톤을 해 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2017년 입문해 급성장하고 있다. 이 씨는 올해 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 우승자인 송재영(29), 공주백제마라톤 3연패 도전에 나선 박창하(40) 씨와 큰 차이를 벌리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 씨는 2위, 송 씨는 3위에 머물렀다. 이 씨는 “다음달 경주국제마라톤에도 참가한다. 개인 최고기록(2시간32분8초)을 깨는 게 목표인데, 기왕이면 우승해서 런 저니 기념메달까지 함께 받고 싶다”며 웃었다.

풀코스 여자부에서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만 7번 우승한 ‘마스터스의 여왕’ 이정숙 씨(54)가 지난해 놓쳤던 왕관을 2년 만에 되찾았다. 최고기록이 2시간47분대인 이 씨의 이번 기록은 3시간19분36초. 하지만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완주를 목표로 가벼운 마음으로 달렸는데 1등을 해서 기분이 좋다. 스트레스를 풀기에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해 힘들지만 계속 달리고 있다”며 웃었다.

한편 김정섭 공주시장을 비롯해 고준근 충청남도 문화체육관광 국장과 정진석 국회의원, 박병수 공주시의회 의장, 김동일 최훈 충남도의회 의원, 전창훈 공주경찰서장, 백옥희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원성수 공주대 총장,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참석해 참가자를 격려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이날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태풍 피해현장 시찰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30번째 풀코스 참가한 배재국, 배종훈 부자 ▼


“반드시 완주할 거예요.”

3년 만에 동아일보 2019 공주백제마라톤 현장을 찾은 배재국 씨(23)는 또박또박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오랜 만의 공주 방문이 설렌 듯 밝은 표정이었다. 그런 재국 씨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버지 배종훈 씨(53)는 “재국이가 좋아하는 만큼 재미있게 달리겠다”고 말했다.

6살 때부터 근육이 굳는 난치병인 근이영양증을 앓기 시작한 재국 씨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2009년 전남 해남 땅 끝 마을에서 경기 파주 임진각까지 620km의 국토종단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전국 방방곡곡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마라톤도 그에게는 삶의 의미를 찾는 기회다. 2013년 처음 마라톤 풀코스를 참가한 두 부자는 2015년 미국 뉴욕마라톤에도 참가해 4시간36분46초의 기록으로 완주하기도 했다.

이번 공주백제마라톤은 부자 통산 30번째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다. 아버지가 재국 씨의 휠체어를 천천히 밀며 이날 두 사람의 긴 여정이 시작됐고, 출발 당시의 목표였던 ‘4시간 이내’에는 못 미쳤지만 4시간36분49초로 완주했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도 참가했던 두 부자의 올해 목표는 다음달 경주국제마라톤 풀코스까지 완주해 ‘런 저니(Run Journey·달리기 여행)’ 기념메달을 받는 것이다. 대회 조직위는 올해부터 동아일보 3대 마라톤대회(서울·공주백제·경주) 완주자들에게 대한민국 최고 건각의 상징으로 기념메달을 지급한다. 3년 만에 공주백제마라톤에 참가한 이유도 앞으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영예로울 상징이 될 기념메달을 받기 위해서다. 아버지 배 씨는 “변수도 많고 사정이 좋지 않아 고민 중이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경주 대회도 꼭 참가하고 완주해서 런 저니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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