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선택, 에너지 효율[기고/성윤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893년 5월 1일, 미국 전역에서 10만 명 이상 모인 시카고 박람회장이 멋들어진 조명으로 밝게 빛나고 사람들은 그 황홀함에 감탄한다. 테슬라의 교류 방식이 적용된 조명이다. 이것으로 테슬라는 직류만을 고집해 온 에디슨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영화 ‘커런트 워’의 줄거리다. 현대 문명에 빛을 가져다준 발명왕 에디슨의 명성도, 교류가 생명에 위험할 수 있다는 거짓선동도, 보다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빛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인류는 최초의 에너지인 불을 사용한 순간부터 새로운 에너지를 향한 도전과 변화를 통해 문명을 이끌어왔다. 석탄이 일으킨 산업혁명, 석유를 활용한 내연기관, 전기를 이용한 자동화와 정보혁명의 역사가 그러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원전 사고의 여파 등으로 보다 깨끗하면서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에너지 전환은 공급 측면에서 원전과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 소비 측면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하면서도 가장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으로 꼽은 바 있다.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고효율 저소비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여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에너지 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9년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제정하여 효율정책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1인당 에너지 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에너지 효율을 평가하는 지표인 에너지원단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33위에 머무는 등 저효율 에너지 소비 구조가 고착되어 있다. 이제 소비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없다.

정부는 8월 ‘에너지 효율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일방적 규제가 아닌, 참여를 통해 소비 행태와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전략이다. 건물에는 ‘에너지스타’ 제도를 도입해 효율 수준을 평가하고 공개할 것이다. 자동차를 살 때 연비가 선택 기준이 되는 것처럼 상업용 건물을 선택할 때 에너지 효율이 기준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은 ‘으뜸효율’ 가전으로 선정하고 제조사, 판매자, 소비자, 정부가 사회적 협약을 맺어 생산과 유통을 촉진한다. 소비자가 가격과 기능, 디자인을 고려하듯 고효율 제품이 선호되는 문화를 확산시킬 것이다. 또한 발광다이오드(LED)에 비해 효율이 40%대 수준에 불과한 형광등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스마트조명을 확대한다. 소비자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동일한 효용을 누릴 수 있다.

커런트 워에서는 직류와 교류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생각, 남은 것은 오직 그것”이라 결론지으며, 우리의 생각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다고 말한다. 기술 발달, 신제품 공급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이 가장 중요한 혁신의 원천이다. 정부, 에너지 공급자, 판매자, 소비자 모두의 가치관이 변할 때다. 모두의 참여와 실천으로 지구를 생각하면서도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똑똑한 에너지 소비 구조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에너지#에너지 효율#에너지 효율 혁신전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