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과학-종교 접목’ 한평생… 학술지원에도 힘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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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사건으로 두차례 해직-복직… 사상가 함석헌선생 1대 제자

원로 학자인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사진)가 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1927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2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5년 고려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임용됐지만 1975년 민청학련 사건(1974년)에 연루돼 해직됐다가 4년 뒤 복직했다. 1980년엔 3·1구국선언(1976년)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다시 해직됐다가 1984년 복직됐다.

1981년 대우재단 자연과학분야 자문위원을 맡았고, 1993년 고려대에서 명예퇴직한 이후에도 대우재단이 1986년 설립한 한국학술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해(1999년) 학술지원 사업을 이끌어 왔다. 학술총서 발행 업무를 도맡아 온 그는 1800명의 학자를 지원했고, 그 성과를 담은 학술총서 600권을 발간했다.

고인은 과학과 종교의 접점을 찾고 후학 양성에 평생을 바친 공로로 2007년 제21회 인촌상 특별부문상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 수상 인터뷰에서 ‘하나의 잣대로 자유를 제약하거나, 잘못된 잣대로 자신의 비합리성을 정당화하는 모든 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상가 함석헌 선생(1901∼1989)의 1대 제자였다. 모태신앙의 기독교인인 그는 1948년 함 선생을 만난 뒤 ‘과학 없는 종교는 미신에 불과하고, 종교 없는 과학은 흉기’라는 신념을 간직해 왔다. 저서로는 ‘과학인의 역사의식’(1986년), ‘현대과학의 윤리’(1988년),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2005년)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여동생 숙희 전 교육부 장관, 남동생 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아들 인중 숭실대 명예교수, 형중 전 서강대 평생교육원 부원장, 사위 여인묵 전 SK케미칼 상무, 며느리 남궁미경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7일 오전 5시 반. 070-7816-0233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사상가 함석헌선생#과학 종교 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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