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29개국 “러, 신형미사일 철수 안하면 정치-군사적 공동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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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 폐기 한달 앞두고 대비 나서… “러 위협에 맞서 방어체계 등 재검토
”美국방 “터키 S-400구매땐 F35 배제”… G20 정상회의서 접점 찾을지 관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8월 2일로 예정된 중거리핵전력폐기(INF) 조약 파기 이후 대비책 마련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최근 새롭게 배치한 미사일 시스템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정치·군사적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AP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 29개국의 국방장관은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방장관들은 “러시아가 8월 2일까지 ‘9M729’ 크루즈 미사일을 철수하지 않으면 나토의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재래식 무기 능력, 첩보 및 감시 프로그램을 재검토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나토는 러시아가 평균 사거리 2500km인 ‘9M729’를 개발 및 배치해 INF 조약을 위반하고 유럽 평화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INF 없는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정치·군사 측면에서 광범위하고 다양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냉전 말기인 1987년 12월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5500km의 중·단거리 탄도 순항미사일의 생산,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한 합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올해 2월 “러시아가 9M729 미사일을 개발·배치해 INF 조약을 위반했다. 러시아가 INF를 준수하지 않으므로 미국도 6개월 뒤 INF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또한 곧바로 “INF 탈퇴”를 주장하며 맞섰다.

당시 유럽은 미국의 일방적 INF 파기가 유럽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속내를 드러냈지만 최근 터키까지 러시아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불리는‘S-400’을 도입하기로 하자 미국과 한 배를 타기로 한 셈이다. 나토는 이날 “8월 2일까지 ‘9M729’를 철수하지 않으면 이후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우리는 INF 조약을 위반한 적이 없다. 미국이 INF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도 파기하고 새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장관을 만나 “터키가 예정대로 ‘S-400’을 구매하면 ‘F35’ 전투기 프로그램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에는 터키에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도 압박했다. 미국은 S-400 미사일이 터키가 구매하려는 미 록히드마틴의 ‘F35’ 스텔스 전투기의 보안 체계에 큰 위협이 된다며 극렬히 반대해왔다. 이에 28,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접점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토는 다음 주 러시아에서 열리는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에서 INF 조약 준수를 촉구하면서도 8월 2일까지 남은 약 5주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 갈등, 북한 비핵화협상 교착 상태 와중에 INF까지 폐기되면 그야말로 ‘제2의 냉전’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inf 폐기#g20 정상회의#나토#러시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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