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최근 1981년 미국에서 창간한 세계적 건축전문지 ‘아키텍추럴 레코드’로부터 ‘차세대 세계 건축을 선도할 건축가(디자인 뱅가드 어워드)’로 선정했다. ‘디자인 뱅가드 어워드’는 건축 실무 경력 10년 미만의 혁신적 작업을 선보인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조진만은 설계상 제약과 부지의 악조건을 창의적으로 극복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창신동 전망대도 전례 없는 확장으로 폐쇄된 공간을 열어낸 해법이 돋보인다. 2017년 서울시 설계공모로 이곳을 맡게 된 조 씨는 “현장에 가보니 기존 부지보다 낙산배수지에서 보이는 풍경이 훨씬 훌륭해 활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낙산배수지가 보안시설이라는 점이었다. 관련법을 검토해 제한 접근 거리를 모두 지킨 가운데, 배수지 위를 지나는 입체 구조물인 보행 덱을 제안했다. 관리 기관은 난색을 표했지만 입체 구조물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법도, 허용하는 법도 없었다. 결국 창신동 전망대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놀이터 바로 옆에 위치한 어린이 열람실이 백미다. 기존 도서관이라면 ‘책은 조용히 읽어야 한다’며 엄숙한 공간을 조성했겠지만, 이곳 열람실은 통창으로 놀이터가 훤히 보인다. 그는 “공간이 사람들의 행동을 강요하고 규정짓는 부분이 있다. 과거의 공공건축이 관리와 통제에 집중했다면, 나는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유와 개별성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완공한 서울 성동구의 ‘고가하부 다락’도 숨겨진 공간을 끄집어낸다. 상부 도로 활용법만 생각했던 고가도로의 하부에 5000개 거울을 설치했다. 그 아래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이곳도 처음에는 카페를 넣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과감히 비웠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이 알아서 찾아와 워크숍, 장터, 야외 공연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근대 건축은 공간의 용도 중 90∼100%를 먼저 채워놓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는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공간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그래서 ‘난감한 건축가’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이 제 건축을 좋아해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건축이 늘 엄숙하고 조용하기보다 때로는 시끌벅적해도 좋지 않을까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