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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태풍이나 호우보다 무서운 폭염[날씨 이야기]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입력 2019-06-01 03:00업데이트 2019-06-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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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
5월 26일 영동지방은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높새바람의 영향으로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열대야를 경험했다. 내륙 지방 곳곳에도 때 이른 폭염특보가 내려지며 많은 사람이 더위에 시달렸다. 이번 폭염은 이웃 일본의 홋카이도 수은주를 39.5도까지 올려 일본 전체 5월 최고기온을 경신하게 했으며 53개 지역에서 35도 이상의 고온 현상을 일으켜 열사병으로 인한 인명사고까지 발생시켰다. 또한 중국 역시 베이징의 수은주가 38도까지 올라가며 때 아닌 더위 대책에 분주한 모습이다.

흔히 참고 넘기면 된다고 치부되는 더위는 사실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심각한 위협을 준다. ‘2017 재해연보’에 따르면 태풍, 호우, 대설, 풍랑, 지진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3년부터 5년간 20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54명에 이른다. 아직 공식적인 정부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해에는 48명이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통계에서 보여주듯 이제는 호우나 태풍, 지진보다 폭염이 더 사망자를 많이 내는 재해가 됐다.

지난해 여름 출간돼 큰 파장을 일으켰던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 사회’는 이런 모습을 좀 더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관점을 제시했다. 1995년 시카고에서 41도까지 오른 수은주에 7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보고 폭염의 사회성에 주목한 저자는 폭염을 사회 불평등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자연재해가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영향을 끼치지만 폭염은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피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불거졌던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 설치 이슈가 폭염의 사회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당시 기상 관측 이후 111년 만의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며 아파트 경비실에도 에어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거나 있어도 켜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특히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비를 이유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안내문이 붙었던 사건은 폭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준다. 다행히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 보조금을 줄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처럼 현장근로자나 군인, 학생 등은 열사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지원 없이 무조건 더위를 참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폭염주의보 발령 시 10분씩, 폭염경보 발령 시 15분씩 쉬도록 하는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을 내놓았지만 강제적인 조치가 아니라 엄격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열사병은 단순히 고온에 노출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류, 습도, 복사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에 야외 공사장이나 학교 등에 흑구 온도계를 설치해 폭염 예측 정보인 온열지수(WBGT)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무, 등교 시간 등을 조절해야 한다.

폭염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으로 변모하고 있어 보다 많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 첫걸음으로 정부가 나서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온열지수를 통한 행동요령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의무화해야 한다. 지난여름을 반면교사 삼아 지금이라도 폭염에 대한 인식을 바꿔 모든 국민이 폭염이라는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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