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부’ 샤를로트 농밀한 연기에 가슴 쿵쾅쿵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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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오페라 ‘베르테르’ 연습현장을 찾아서

오페라 ‘베르테르’ 4막 연습에서 죽어가는 베르테르(테너 신상근·앞 왼쪽)를 어루만지며 샤를로트(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 양진모 지휘자(뒤 오른쪽)가 음악을 이끄는 가운데 김광보 연출가(뒤 왼쪽)가 두 사람의 연기를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오페라 ‘베르테르’ 4막 연습에서 죽어가는 베르테르(테너 신상근·앞 왼쪽)를 어루만지며 샤를로트(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 양진모 지휘자(뒤 오른쪽)가 음악을 이끄는 가운데 김광보 연출가(뒤 왼쪽)가 두 사람의 연기를 살펴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왜 나를 깨우는가, 봄의 숨결이여, 왜 깨우는가?/내 얼굴에 네 애무를 느끼노라,/그러나 슬픔의 시간은 다가오는구나….”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3막의 테너 아리아 ‘왜 나를 깨우는가’다. 괴테의 소설로 알려진 주인공 베르테르가 연인 앞에서 옛 시인의 시를 읽으며 이루지 못할 열정을 분출하는 노래이지만, 봄이면 오페라 팬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선율이기도 하다. 프랑스 낭만주의 오페라 작곡가 쥘 마스네(1842∼1912)의 대표작 중 하나인 ‘베르테르’를 서울시오페라단이 다음 달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세종문화회관 내 연습실에서는 17일 피아노 옆 지휘단 위에 앉은 양진모 지휘자와 김광보 연출가의 주도로 4막 베르테르의 절명 장면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번 공연에는 서울시극단 김광보 단장이 처음으로 오페라 연출에 나섰다. 김 단장은 2013년 연극 ‘그게 아닌데’, 2015년 ‘줄리어스 시저’로 한국 연극계 대표 제전인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나는 죽어요…. 잘 들어요. 저기 묘지에 라임 나무 두 그루가 있어요. 그곳이 내가 영원히 쉴 자리예요!”

“아, 어떻게 해! 베르테르!”

남녀 주역인 테너 신상근·메조소프라노 김정미(1, 3일), 김동원·양계화 씨(2, 4일)는 번갈아 최후의 2중창을 노래하며 연기의 최적점을 찾느라 열심이었다. 쓰러진 베르테르를 샤를로트(독일어 원작에선 샤를로테)가 부둥켜안은 채 연습실 바닥을 네다섯 차례나 함께 구르기를 반복했다. 죽어가는 장면이지만 보는 이의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주역들의 밀착 연기는 농밀했다.

“2000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을 연출했죠. 그때 베르테르의 자살 동기가 명확하게 와닿지 않았어요. 이번에 오페라를 하면서 마스네의 음악에 몰입해 보니 매우 뜨거운 격정의 드라마였고, 베르테르의 죽음에 대한 동기를 샤를로트가 계속 부여하더군요.”(김광보 연출가)

“맞아요. 이 오페라에서의 샤를로트는 ‘팜 파탈’적인 면이 있어요. 베르테르가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도록 계속 미련을 갖게 만들죠.”(샤를로트 역 김정미)

김광보 연출가는 원작과 다른 샤를로트의 성격을 부각하고 무대 배경을 현대로 설정했다. 비도 내리고 눈도 내리는 사계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풍성하게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베르테르 역을 맡은 신상근은 2018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으로 데뷔한 뒤 비제 ‘진주조개잡이’의 나디르 역 등 프랑스 오페라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독일 하노버와 브레멘 극장에서도 베르테르 역으로 공연해 주인공의 내면에 친숙하다. ‘샤를로트의 세계’에 갇혀 못내 탈출하지 못하는, 슬프고 젊은 베르테르를 절절히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3만∼1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르테르#샤를로트#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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