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마스코트 길냥이 ‘유자’ 돌연사…‘약물테러’ 가능성도

뉴스1 입력 2019-04-12 17:47수정 2019-04-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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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결과 회신 후 수사의뢰 방침…“동물보호법 강화를”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캠퍼스 에 고양이 ‘유자’의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뉴스1

“항상 저쪽 계단에 앉아 있었어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에서 만난 재학생 이소다미씨(23·여)가 건물 한쪽의 계단을 가리켜 보였다. 이씨가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였을 때부터 학생들과 함께했다는 고양이 ‘유자’가 가장 좋아하던 자리다.

노란 줄무늬 고양이 유자는 국민대 동아리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국고추)와 시작을 같이한, 학교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존재였다. 유자와 유자가 낳은 새끼들을 학생들이 돌보기 시작하면서 국고추가 만들어졌다.

유자가 교정에서 차갑게 식은 채 발견된 때는 지난달 30일 오전의 일이다. 유자의 급식소 속 사료 주변에는 흰 가루와 파란색 알맹이들이 잔뜩 흩어져 있었다. 누군가 고양이들을 해코지하기 위해 사료에 극약을 섞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유자가) 무척 오랫동안 학교에 있었다고 알고 있다. 사람들이 ‘유자’라고 하면 다 아는 그런 고양이였다”며 “꼭 범인을 잡았으면 좋겠다. 제발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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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유자의 모습을 눈으로 쫓곤 했다는 재학생 김모씨(26)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양이들이 겁이 많아서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길고양이를 싫어한다고는 해도 학교의 마스코트와 같은 고양이를 죽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 년간 학생들과 함께 고양이들을 돌봐온 환경미화 직원 홍모씨(71·여) 역시 “내가 서운하다”고 여러 차례 되뇌며 상심을 감추지 못했다.

홍씨는 “5년 전 4월쯤 꽃밭에서 유자가 새끼 5마리를 낳은 것을 내가 처음 발견했다”며 “박스도 갖다 놓고 비가 오면 우산도 갖다 놓고 했다.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어머니, 저희가 집 지어 줄게요’라고 해서 건물 옆에 집이 있다”고 회상했다.

지난 1일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가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캠퍼스 내부에 마련한 고양이 ‘유자’의 추모 공간에 재학생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 © 뉴스1

유자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깊은 애정을 보여주듯, 지난 1일 국고추가 유자가 머물던 건물 한쪽에 마련한 추모 공간에는 추모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과 꽃, 간식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유자를 그리며 한참 눈물을 쏟은 뒤 돌아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국고추는 누군가 고의로 유자를 해쳤을 가능성을 놓고 진상을 파악 중이다. 유자가 발견됐을 당시 온몸이 흙으로 덮여 있었고, 주변 나뭇가지와 바닥에 털뭉치들이 흩어져 있는 등 수상한 정황이 포착된 탓이다. 유자의 급식소 주변에서 발견된 수상한 알갱이 중 일부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덮여 있기도 했다.

자문을 맡은 동물병원 관계자들과 동물보호 전문가들 역시 이 알갱이들이 쥐약 또는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약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고추는 전문기관에 유자의 부검을 맡기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부검 결과는 2~3주 내로 회신될 예정이다.

국고추측은 “부검 결과에 따라서 추후 행동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의뢰를 하려면 독살이 맞다는 부검 결과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내부인의 소행인지, 혹은 외부인의 소행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국고추는 또한 모든 사료를 수집해 증거가 될 양만 남겨두고 폐기한 뒤 급식소를 소독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여기에 학생들에게도 당분간 고양이에게 밥이나 간식을 챙겨 주지 말라고 당부하는 등, 추가 피해가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

국고추측은 “이 일이 학교 내부 일로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경각심을 줘서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학우들과 고양이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학교측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건의하는 서명운동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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