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독립정신, 日 평화헌법에도 영향”… 백석대 ‘3·1운동 100년’ 심포지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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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학자 “위안부-징용 피해 문제, 日정부가 헌법정신 따라 해결해야”
佛학자 “유관순-잔 다르크 닮은꼴”

1일 충남 천안시 백석대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올리비에 부지 프랑스 잔다르크연구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모스테파 키아티 국립 알제대 교수(왼쪽에서 네 번째)도 자리했다. 백석대 제공
1일 충남 천안시 백석대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올리비에 부지 프랑스 잔다르크연구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모스테파 키아티 국립 알제대 교수(왼쪽에서 네 번째)도 자리했다. 백석대 제공
“일본 정부는 3·1운동의 보편주의 이념을 반영한 현행 (일본) 헌법정신에 따라 식민지배 결과 발생한 위안부 및 징용 문제 등에 대해 책임지고 해결을 도모해야 합니다.”

1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열린 ‘3·1운동 100년 그리고 세계평화’ 국제 심포지엄에서 나이토 미쓰히로(內藤光博) 일본 센슈(專修)대 교수(헌법학)는 “민족의 자주독립과 식민주의 부정, 평화주의를 천명한 3·1독립선언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이 헌법에 평화적 생존권과 국제 협조주의, 비군사적 평화주의를 포함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천안시와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외국 학자들은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대한 그들 시각의 평가를 내놓았다.

나이토 교수는 “유 열사는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전개된 3·1운동의 잔 다르크로 일본에 잘 알려져 있다”며 “3·1운동은 중국 5·4운동이나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에 영향을 미쳐 세계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3·1운동 당시 일본 언론은 ‘민도 낮은 한국인이 외국인 선교사의 선동으로 일으킨 단순 폭동인 만큼 단호히 제압해야 한다’는 논조였고 대부분 헌법학자나 지식인들도 비판적이었거나 최소한 침묵을 지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학자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는 1919년 6월 5일 한 강연에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 철폐, 무인정치(헌병정치) 폐지, 동화정책 포기, 언론 자유 제공 등을 제시했고 문화정치를 불러왔지만 그 역시 식민통치 자체에 대한 이의 제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여성들의 역할’을 주제 발표한 모스테파 키아티 국립 알제대 교수(의사)는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은 132년간 수많은 알제리 여성들이 폭행과 고문 등으로 숨졌다. 프랑스 정부는 지금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지만 일부 프랑스 지식인은 달랐다”며 “1960년 프랑스 공수부대원들에게 한 알제리 여성이 납치돼 고문을 당하자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폴 사르트르 등 지식인들은 이 여성을 지지했고, 그 덕분에 이 여성은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자유의 몸이 됐다”고 소개했다.

올리비에 부지 프랑스 잔다르크연구소장은 “잔 다르크와 유관순은 ‘짧지만 영광스러운 인생’을 선택했으며 ‘멋진 패배’를 감수한 영웅이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프랑스에서도 잔 다르크에 대한 기억이나 선양의 정도가 달라지고 젊은 세대에게는 잊혀져 그를 수록하지 않는 교과서도 늘고 있지만 이런 영웅은 시류에 관계없이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3·1운동#보편주의#평화헌법#백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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