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윤정]친환경車는 소재도 친환경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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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윤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진윤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자동차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분 지는 이미 오래다. 지난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이 10만 대를 넘어서고, 시장점유율도 8.2%까지 올랐다. 이제 친환경차는 환경의식이 높은 사람들만 타는 차가 아닌, 누구나 탈 수 있는 대중화된 차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시선에는 내연기관차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며 친환경차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무엇보다 주행 단계에서 나온다. 전기차 주행 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각종 유해한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으므로 청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주행 단계뿐 아니라 차를 만들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전 과정(라이프사이클)에서 발생한다. 전기 자체는 청정할 수 있으나 전기 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이다.

라이프사이클 접근은 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 채굴에서부터 제조, 수송,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연료와 원료 및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해 사회 전반에 걸쳐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통합 문제 해결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차 확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라이프사이클 접근과 경제성, 기술성 등의 이유로 향후 15∼20년까지는 내연기관차가 여전히 70∼80% 이상의 시장점유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내연기관차의 혁신적인 환경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 키는 차 경량화에 달려 있다.

연료소비효율(연비)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어 경량화는 차 업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차체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는 3.8% 개선되고, 질소산화물(NOx)과 일산화탄소(CO)는 각각 8.8%, 4.5% 줄어든다. 따라서 기존보다 ‘더 가볍고, 더 튼튼한’ 소재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친환경 차 경쟁이 소재 경쟁으로 넘어온 것이다.

일반 중형차의 전체 무게 중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철강도 사회적 변화에 따라 친환경 소재로 거듭나고 있다. 철강사들은 강도와 성형성이 우수한 첨단 고강도강을 개발해 차체 경량화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제조사는 최근 출시된 신차 플랫폼에 첨단 고강도강 적용 비율을 높여 동급 평균 대비 약 50kg이나 무게를 줄였다. 친환경 차를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진윤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친환경차#연료소비효율#자동차 경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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