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사관 습격’ 자유조선 “FBI가 정보 요청”… 美정부는 ‘NCND’

임보미기자 입력 2019-03-28 03:00수정 2019-03-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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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영화 같은 습격사건 전모
지난달 22일 흉기를 들고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난입해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 국적 용의자 에이드리언 홍 창(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전경. 스페인 고등법원은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과 관련해서 용의자 2명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사진 출처 NK뉴스·마드리드=AP 뉴시스
스페인 당국이 지난달 22일 마드리드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들이 머물고 있는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것이라고 AP통신 등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고등법원도 용의자 10명 중 최소 2명에게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이들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하고 북한 영사에게 탈북을 권유했다고도 밝혔다. 이들의 배후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태도를 취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는 북한이 이 사안에 대해선 공개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 2월 22일 무슨 일이 있었나

이들의 침입은 한 편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계획과 대담한 수법으로 이뤄졌다. 현지 언론 엘파이스가 보도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10명은 침입 3일 전부터 마체테(날이 넓고 큰 칼), 모형 H&K(독일제) 권총 6정, 테이프, 사다리 등을 구입해 대사관 침입을 준비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오후 4시 34분 북한대사관에 도착했다. 멕시코 국적 미국 거주자인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은 이미 2주 전 사업가로 가장해 대사관을 방문한 뒤 소윤석 상무관을 만나 북한 투자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대사관에 도착해 “소 상무관을 만나고 싶다”고 한 뒤 건물 안에 진입해 관내 외교관들을 결박했다.

이 소식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대사관 직원의 부인이었던 여성이 2층 창문을 통해 탈출하면서다. 스페인 경찰이 바로 대사관을 방문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배지가 달린 윗도리를 입은 홍 창이 “아무 일도 없다”고 경찰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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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서 상무관의 탈북을 권유했던 이들은 컴퓨터 2대, 하드드라이브 2개, 휴대전화 등을 챙긴 뒤 이날 오후 9시 40분 대사관을 떠났다. 4개 그룹으로 나뉘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떠났고 홍 창은 미국 뉴저지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페인 경찰에 따르면 홍 창은 27일 FBI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스페인 법원은 이들을 무단침입, 강도, 폭행, 위협, 범죄집단 조직 등 혐의로 고소했고 미국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인에 인도되면 최대 28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 사건의 진짜 배후는 누구?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사관 습격은 공격 행위가 아니며 대사관 내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며 “현재 세계 각국의 북한대사관은 온갖 불법 거래 및 체제 선전을 위한 ‘거대 범죄 사업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유조선은 “FBI와 상호 비밀유지 합의하에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이번 사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이 정보는 그들이 요구했다”고 주장해 각종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해외첩보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정보국(CIA)이 아니라 국내 수사기관인 FBI가 이들을 접촉한 것도 의문이다. 로버트 팰러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FBI는 “NCND가 우리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5일 “이들이 대사관에서 정해진 책자의 특정 페이지에 쓰인 글을 활용하는 소위 ‘항일빨치산식’ 암호를 해독할 변신용 컴퓨터를 가져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자유조선#미국#f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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