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속 미생물 통해 질병 치료할 수 있는 길 열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9-03-27 03:00수정 2019-03-2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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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건강 핫클릭]마이크로바이옴
‘톡톡 건강 핫클릭’ 이번 주제는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우리 몸의 ‘세균덩어리’를 지칭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유산균’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매, 파킨슨병, 암, 비만, 피부질환 등 각종 질환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서 최근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다. 이에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로 있는 신경과 안성기 전문의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항암제를 연구하면서 큰 관심을 모은 지놈앤컴퍼니 박한수 대표(의사)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한미래의학회 안성기 학술이사(오른쪽)와 지놈앤컴퍼니 박한수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하 이 기자)=마이크로바이옴과 유산균은 어떻게 다른가?

▽안성기 학술이사(이하 안 이사)=우리 온몸 곳곳에 사는 미생물(세균포함)들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최근엔 유전체 분석을 통해 미생물들의 정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산균은 탄수화물을 젖산으로 분해하는 일부 미생물을 지칭하는 용어다. 우리 몸에 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총 무게만 2, 3kg에 이른다.

▽이 기자=엄청난 양이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균들이 어디서 들어왔나. 태어날 때는 무균 상태이지 않나.


▽안 이사=출산과정을 생각해보면 균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다. 자연분만 시 아기는 엄마의 산도, 즉 질을 통해 태어난다. 엄마의 질 속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즉 다양한 세균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무균 상태의 아이는 산도를 통과하면서 세균과 접촉을 시작한다. 일종의 ‘세균 샤워’다. 즉 아기가 태어나면서 엄마, 아빠를 보기 전에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세균이다. 이후 모유 수유와 엄마와의 접촉으로 다양한 균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우리 몸에 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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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이렇게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들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박한수 대표(이하 박 대표)=보통 마이크로바이옴은 좋은 균인 유익균과 나쁜 균인 유해균, 그리고 기능이 확실치 않은 상재균으로 나눈다. 최근 유전체 연구 등을 통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하나하나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안 이사=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모든 곳에 다 살고 있다. 피부부터 호흡기, 비뇨생식기, 소화기 등 모든 곳에 살지만 그중에서 장이 전체적으로 표면적도 가장 넓고 세균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

▽이 기자=중요한 부위에 사는 이 균들의 기능이 밝혀졌나.

▽박 대표=항암면역기능을 증강시키는 균도 있고 비만을 억제하는 항비만 균주도 있다. 또 피부염증을 줄여 아토피나 여드름 증상을 완화하는 균주도 발견했다. 현재 환자와 일반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기자=그렇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인체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박 대표=맞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연관성에 대한 개념 중 하나를 설명해 보겠다. 수렵채집 생활을 하거나 농경생활을 할 때 가지고 있던 유익균을 서구화된 식습관과 다양한 질병, 항생제 치료 등으로 많이 잃어버려 현재 다양한 질환에 걸린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잃어버린 유익균을 외부에서 직접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능성이 확인된 유익균으로 만든 제품을 복용하거나 유익균에 보조적으로 도움이 되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자=박 대표는 의사 출신인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박 대표=궁극적으로 미생물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신약을 개발해 암 환자들의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2월 미국식품의약국과 임상 미팅을 마쳤고, 금년 내로 항암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이 밖에 미국, 유럽에선 장 질환, 비만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폐증이나 우울증 등 인지기능과 관련해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안 이사=이뿐 아니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 만성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연관성에 대해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기자=박 대표가 연구한 것은 언제쯤 제품화되나.

▽박 대표=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제품과 항비만 마아크로바이옴 제품은 이미 국내에서 건기식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미국과 한국에서 올해 안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고, 제품까지 나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안 이사=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의학과 생물학에 있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우리는 인간의 몸이 인간 세포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 세포에 대해서만 연구하고 치료하려 했다. 그런데 우리 몸이 미생물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서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는 미생물을 통해 우리 몸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정말 커다란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 비록 현재 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 점점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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