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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기고/하상훈]우울감 더 커지는 봄, 이웃의 관심이 필요하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입력 2019-03-20 03:00업데이트 2019-03-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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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꽃, 싱그러운 초록 등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지 못한 채 추운 겨울에 머물다 떠나간 이들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겨울철 석 달 동안(2016년 12월∼2017년 2월) 자살자 수는 2821명인데, 봄철 석 달 동안(2017년 3∼5월)은 3292명으로 16.7%(471명) 늘었다. 이는 자살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봄철에 자살 예방과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적 환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원장은 ‘동아시아 지역의 자살과 기온’이란 논문에서 ‘기온이 오르는 봄철이 겨울철에 비해 자살률이 20% 더 높다’고 분석했다. 잠재적 자살 위험군은 따스한 봄이 오면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더 많이 느껴 충동적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봄철 자살자 증가 원인이 어디 기온뿐인가. 정신과 문제, 경제난, 질병, 가정 문제, 직장 문제, 대인 관계 등 다양하다. 한국은 2011년 자살 사망자가 1만5906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31.7명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2017년 1만2423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4.3명으로 낮아졌다. 6년 동안 자살자가 약 22%(3483명) 감소한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지만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11.9명)의 2배 이상이라는 불명예는 벗지 못하고 있다.

자살의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자살률을 인구 10만 명당 17명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했다. 또 범정부 차원의 자살 예방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 산하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가능한가. 여기에 더해 국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주변에서 자살 위험에 처한 이들을 처음 발견하는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다.

자살 위기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봄철이다. 우리 사회가 비정하고 단절된 세상 같아 보여도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생명의전화, 한국자살예방협회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많다. 힘들 때 혼자 어려움을 감당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 보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웃을 보면 먼저 관심을 보이고, 아픈 마음을 듣고 공감하며, 필요시 전문기관에 의뢰하자. 우리 모두 함께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는 길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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