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연일 “北도발 임박”… 軍은 “도발로 보기엔 무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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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이후]동창리-산음동 위성사진 내세워
“이상동향 계속… 미사일 쏠 가능성”
軍당국 “하노이 전부터 재건 작업… 핵폐기 효과 키우려 외부만 복구”

북한이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온 동창리 발사장을 재건 중인 모습이 속속 포착되면서 조만간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동창리와 북한이 미사일 및 로켓을 제작하는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내세운 ‘도발 임박’ 분석이 연일 쏟아지면서 도발 재개는 시간문제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와 CNN 등은 북한이 이른 시일 안에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운반용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간) 잇달아 보도했다. 미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7일 “동창리 발사장이 정상 가동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앞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동창리 재건 움직임을 발표한 데 이어 미 매체들이 도발 임박 분위기 확산에 나서고 있는 것.

NPR와 CNN 등은 민간위성사진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산음동 병기연구소 인근에서 차량이 다수 포착됐으며 인근 철로에선 열차가 정차해 있는 모습도 보였다고 보도했다. 산음동에서 제작된 로켓 본체나 부품 등을 동창리로 운반하는 데 쓰이는 열차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일단 신중하자는 분위기다. 동창리 재건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가 아니라 회담 전부터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이미 동창리 내 ICBM 엔진 시험장과 로켓 운반 및 조립시설 등 장거리 로켓 발사 관련 시설을 재건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그 의도를 분석해왔다. 그 결과 하노이 합의가 성사될 것으로 판단한 북한이 합의 이후 동창리 내 시설물 폐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미 철거했던 시설 지붕 및 외벽 등을 복구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물 폭파 시 지붕이나 외벽 등 큰 구조물이 있어야 폭파 효과가 극대화되고 비핵화 의지도 국제사회에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10일 “북한은 지붕과 외벽 등 ‘겉껍데기’만 복구한 상태”라며 “실제 도발을 감행하려면 시설 세부 정비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재 수준의 상태를 도발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군 당국은 산음동 일대 움직임 역시 북-미 정상회담 전 차량 통행량 등과 비교할 때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4일부터 진행 중인 새로운 한미 연합훈련인 ‘동맹’ 연습을 두고 한미에 동시에 항의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재건 움직임이나 도발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동맹 연습이 끝나는 12일 이후에도 재건 움직임을 계속해서 노출한다면 그때부터는 실제 도발에 나서는 등 벼랑 끝 전술을 쓸 가능성을 좀 더 높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국언론#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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