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구자룡]중국의 고무줄 통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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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제1회 하계 다롄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고위층과 미국 경제계 대표단의 회식 자리. 주최자인 리커창 당시 랴오닝성 서기(현 총리)가 “나는 중국 경제 통계를 전혀 믿지 않는다. 믿는 것은 3가지 수치뿐이다. 전력 소비량, 철도화물 운송량, 은행 융자액이다”라고 말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른바 ‘리커창 지수’는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에 대한 불신을 말할 때 단골 메뉴가 됐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짝퉁 통계 끝판왕’으로 불린다.

▷베이징대 교수인 미국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는 지난주 상하이의 한 강연에서 “중국의 GDP가 과대평가되어 있다”며 “악성채무를 반영하면 실제 성장률은 발표의 반 토막이 될 것이다. 융자금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도 국유 은행을 통해 신용이 있는 기업이 된다”고 주장했다. 관변학자로 분류되는 런민대의 한 교수도 지난해 11월 “2018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1.67%이거나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성장률은 6.6%, 올해 목표는 6.0∼6.5%다.

▷중국은 1985년부터 지방정부들도 별도로 GRDP(지역내총생산)를 발표하는데 ‘물붓기’라는 통계 부풀리기가 심하다. 지방 GRDP를 다 합하면 GDP보다 5∼10% 많아진다. 해관(세관) 통계도 제멋대로다. 한 해 50만 t가량이던 중국의 대북 석유 수출량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인 2014년부터 공식 통계상 ‘제로(0)’다. 그래서 2017년 대북 원유 공급 30%를 감축하는 유엔 제재 결의 당시 “중국은 이미 통계상 한 방울도 수출하지 않는데 뭘 줄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공산당 초기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의 지도를 받았던 중국이 ‘통계 조작’도 ‘조작 선배’ 소련에서 배웠다는 해석과 더불어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체제 특성, 없어도 있어 보이게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통계 마사지’는 대표적인 후진국적 현상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오도된 통계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중국이 덩치에 걸맞은 평가를 받으려면 먼저 ‘통계 마사지 국가’ 오명을 벗어야 한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중국 gdp#통계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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