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미군 주둔비 150% 부과”… ‘무늬만 동맹’ 만들 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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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미군 주둔비용 100% 부담은 물론이고 50%의 추가 비용까지 부과하는 깜짝 놀랄 구상을 내놓았으며, 이를 토대로 한국과의 내년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막대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어제 보도했다. 한미는 8일 지난해보다 8.2% 오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하지만 그 유효기간이 1년이어서 우리 정부는 곧바로 미국과의 분담금 협상에 들어가야 하는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50(cost plus 50)’ 공식이라고 부르는 이 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을 의미하는지,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참모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결정된 것도 아닌 듯하다. 하지만 동맹관계도 비용의 문제, 즉 돈으로만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주둔비용뿐 아니라 특혜비용까지 얹어 받겠다는 발상은 미국은 시혜국가, 동맹은 수혜국가라는 일방적 단순논리지만 그런 인식을 바로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한미동맹의 미래에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한다. 이미 지난해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길 바란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도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등 동맹국들을 싸잡아 ‘무임승차자’로 비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과연 누가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우리 정부도 한몫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는 이미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를 폐지해 대폭 규모를 축소한 ‘동맹’ 연습으로 대체했고, 을지프리덤가디언도 같은 운명에 처해진다고 한다. 나아가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군이 아닌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새 한미연합사령부 체제에서 유사시 미군이 한국군과 한 몸처럼 싸울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한미 군사동맹을 지탱해 온 주한미군과 연합사 체제, 연합훈련이 모두 실질적 약화, 껍데기만 남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한미동맹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의 근본 전제인 북한 비핵화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북한은 최근 새로운 도발을 꾀하려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는 동맹의 가치와 기반을 재점검해 보강하고 도발에 맞설 공동 대응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미군 주둔비용#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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