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 고은 소송서 누가 증언하겠냐…최영미의 용기”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9-02-15 16:09수정 2019-02-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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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법원이 고은 시인(86)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58)과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가 고 시인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고 15일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이날 고 시인이 1994년 종로의 한 술집에서 고 시인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폭로한 최 시인과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보도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최 시인이 제보하고 동아일보가 보도한 1994년 사건이 허위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 재판부는 고 시인이 최 시인과 함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박진성 시인(41)에 대해선 "고 시인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박 시인은 2008년 고 시인이 술자리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자신의 블로그에 쓰고, 언론사에 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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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박 시인의 주장과 당시 술자리에 있던 다른 동석자들의 증언과 차이가 있다며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2017년 최 시인이 쓴 시 '괴물'을 통해 불거졌다. 해당 시에는 고 시인을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이 담겨 있다. 고 시인은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며 1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고소를 막고, 가장 큰 2차 피해가 되는 가해자들로부터 제기되는 명예훼손 등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판부가 최 시인의 진술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선 "재판부가 피해자들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평가함에 있어 재판에 임하는 태도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는데 이를 봤을 때 상당히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1000만원을 배상 판단을 내린 박진성 시인은 재판에 나가 직접 증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어. 배상을 하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 시인의 용기를 칭찬했다. 그는 "업무상 위력이라는 것이 단순히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계라던가 문단계, 체육계에서도 많이 벌어진다. 문단계의 거목이라고 하는 사람의 소송 과정에 누가 나와서 증언을 했겠는가? 최영미 시인이 이런 시를 발표한 것만으로도 큰 용기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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