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설거지 않고 먼지속 음식 손질… 기가 찬 시식코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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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서울 대형마트 9곳 가보니 대부분 시식대 위생관리 엉망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A대형마트의 떡국 시식 코너 직원이 휴식시간 동안 창고에 방치해 둔 시식대.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A대형마트의 떡국 시식 코너 직원이 휴식시간 동안 창고에 방치해 둔 시식대.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설 연휴 첫날이던 2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종이박스를 비롯한 각종 집기들이 쌓여 먼지가 날리는 창고 한구석에 떡국과 군만두 시식냄비와 프라이팬이 뚜껑도 제대로 덮이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직원들이 휴식을 갖는 동안 이곳에 시식대를 세워 둔 것. 떡국을 담은 냄비 안에는 국물, 떡 등 음식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만두를 구웠던 철판도 기름기로 번들거렸다. 40여 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들은 설거지를 하지 않은 시식대를 그대로 끌고 다시 매장으로 향했다. 시식대를 다시 운영한 지 30분 만에 군만두 코너에는 47명, 떡국 코너에는 26명의 고객이 몰렸다. 대부분 어린아이들과 함께 마트를 찾은 가족들이었다.

○ 세제 없다고 설거지도 안 해


본보가 지난달 31일부터 3일간 서울 시내 대형마트 9곳의 시식코너 위생 관리 상태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관리가 부실했다. 녹슬고 기름때 낀 조리도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설거지를 하더라도 주방세제와 수세미를 쓰지 않았다. 창고 구석에 설치된 싱크대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물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시식용 음식은 먼지가 날리는 창고에서 손질됐다. 조리 과정을 직접 본다면 선뜻 먹기 어려울 정도였다.

설 연휴를 앞둔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대형마트 창고에 방치된 시식대 위에는 시식용 음식과 함께 음식 찌꺼기를 닦은 휴지와 가위, 집게 등 조리도구가 나뒹굴고 있었다.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직원은 설거지를 따로 하지 않고 휴지만 치우고 시식대를 끌고 매장으로 나갔다. 설 연휴 첫날인 2일 서울 영등포구의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8일간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직원이 콘크리트 바닥의 지저분한 창고에서 소시지를 꺼내 손질했다.

시식코너 직원들이 이용하는 개수대는 대부분 마트 창고 구석에 마련돼 있었다. 수세미, 주방세제 등 기본적인 설거지 도구도 없는 곳이 많았다. 대형마트 시식코너에 직원을 파견하는 해당 식품업체 중에선 설거지 도구를 지급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설거지 도구를 직접 챙겨 오는 게 번거롭다 보니 직원들은 조리도구를 물로만 대충 헹구거나 아예 설거지를 하지 않는 것이다.

○ “눈에 보이는 위생에만 치중”

대형마트 측은 시식코너 직원들은 해당 식품업체에서 보낸 사람들이어서 위생 규정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리(마트 측)가 식품업체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위생장갑과 마스크 등을 착용하지 않은 게 눈에 띄면 업체 측에 신경 써 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식품업체 측은 휴식 시간에 시식대 덮어두기와 설거지하기 등 위생 지침을 파견 전에 본사에서 미리 알려주고 위생 점검 담당자가 매일 매장을 점검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위생모나 위생장갑 착용 여부 등 눈에 띄는 부분만 관리할 뿐 창고 속 시식대 등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서울 중구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시식코너 직원은 “마트도 식품업체도 직원들이 조리도구를 어떻게 세척하고 관리하는지 점검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개별 식품 업체가 아닌 대형마트의 브랜드를 보고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믿음에 부합하려면 마트가 직접 시식코너 위생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김은지 기자
#대형마트#시식코너#위생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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