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트럼프 친서 내보인 김정은… “한발 한발 함께” 추가조치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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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협상]2차회담 높아지는 빅딜 기대감

트럼프 친서 들고 보고 받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평양 노동당 본부 청사 내 
집무실에서 평양판 ‘결단의 책상’을 뒤에 두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①번 사진 왼쪽)의 방미 결과 보고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가 들려 있다②.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있는 
‘결단의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③.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AP 뉴시스
트럼프 친서 들고 보고 받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평양 노동당 본부 청사 내 집무실에서 평양판 ‘결단의 책상’을 뒤에 두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번 사진 왼쪽)의 방미 결과 보고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가 들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있는 ‘결단의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AP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례 없는 표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내보이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일단 순풍을 타는 분위기다.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 검증과 ‘플러스알파’를 중심으로 비핵화 로드맵을 확정하는 이른바 ‘빅딜’ 가능성도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제재 완화 시점에 대한 간극이 해소되지 않으면 빅딜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 최상급 화답 주고받은 北美 정상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방미 결과를 보고 받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조미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한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갖고 기다릴 것”이라고도 했다.

‘비상한 결단력’ ‘긍정적인 사고방식’ 등 미국에서도 나오지 않는 극진한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 만족감을 표시한 것.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한 보고가 이뤄진 다음 날 북한 매체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같은 북-미 정상의 반응은 올해 안에 비핵화 협상의 성과가 필요한 ‘이심전심’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장기 교착을 끝내고 협상 모멘텀을 살리려는 공통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

북-미가 실질적인 의견 접근을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사전 핵시설 리스트 제출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대신 북핵의 75∼80%를 차지하는 영변 핵시설 폐기 검증에 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사전 신고를 고수하기보다는 우선 영변 핵시설 폐기에 집중하면서 단계적으로 석유 수입 제한 완화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사업의 제재 예외 인정 등으로 보상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 검증 과정에서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 金 “미국과 한발 한발 함께 가겠다”

미국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월 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만나면 비핵화의 ‘실질적 절차(substantial step)’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2차 정상회담이 ‘비핵화의 이정표(good marker)’가 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북-미가 이야기를 좁혀가고 있음을 전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최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개한 북한 신오리 미사일 기지에 대해 “북한 내에서 (미사일 개발 등) 무슨 일이 있어나는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북-미가 실제로 빅딜에 합의할지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이날 “두 나라(북-미가) 함께 도달할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함께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아직 미국이 제시한 상응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북-미가 핵동결 수준의 ‘스몰딜’에 그치지 않도록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하면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를 열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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