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회도 책의 감성 없인 발전 못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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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 76개 조성한 KB국민銀 성채현 홍보-브랜드 총괄 상무
‘책 읽는 버스’ 전국 곳곳 누벼… 올해 독서문화상 대통령상 수상

#1. 충남 보령시 오천면은 인구가 줄어들자 지역의 신문지국이 폐쇄돼 주민들이 신문을 볼 수 없어 불편을 겪었다. 2013년 ‘오천 작은 도서관’이 개관하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문 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문예 한글교실과 명화 그리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열리면서 도서관은 오천면의 ‘문화 사랑방’으로 거듭났다.

#2.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육군 25사단 소속 장병과 가족들이 거주하는 미소마을 관사아파트. 주변에 보이는 건 논과 밭뿐이었다. 지난해 아파트 단지 안에 ‘미소마을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었고, 매달 새 책이 확충되면서 군인 자녀들의 새로운 아지트가 됐다.

이처럼 전국의 문화 소외지역과 오지에 ‘작은 도서관’ 76개를 조성한 기업이 있다. 2008년부터 11년째 독서문화진흥사업을 펼치고 있는 KB국민은행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작은 도서관을 후원해 온 국민은행은 올해 8월 제24회 독서문화상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국민은행 본점에서 19일 만난 성채현 국민은행 홍보·브랜드 총괄상무 겸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 대표(53·사진)는 “디지털 시대로 변해가지만 책과 같은 아날로그 원천 콘텐츠에 바탕을 둔 감성과 지성 없이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며 “청소년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질 좋은 독서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우선 작은 도서관 한 곳을 지을 때마다 1억여 원을 투자해 1000권가량의 책과 관련 비품을 지원한다. 이후 매년 200∼300권의 신간 도서 구입비를 별도로 후원하는 한편 작가와의 만남과 동화 구연, 책을 읽은 후 연극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서관별로 연간 3회 이상 제공하고 있다. 성 상무는 “작은 도서관이 책을 읽고 추억을 만들며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도서관은 형태도 다양하다. 오지나 전방에 근무하는 군인과 가족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 15곳을 설립했고, 병사들을 위한 ‘병영독서카페’는 올해까지 11개 관을 만들었다. 2016년부터는 국민은행 여자농구단 ‘KB스타즈’가 사용한 버스를 개조해 만든 1000여 권의 책을 갖춘 이동식 도서관 ‘책 읽는 버스’가 해수욕장, 고속도로 휴게소, 연평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고 있다. 성 상무는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작은 도서관 건립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주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작은 도서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작은 도서관#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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