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애물단지 ‘소낭골 드릴십’ 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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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상황 개선에 협상 급물살… 2척 내년 1, 3월 순차적 보내기로
대금 9000억 확보… 재무개선 숨통


대우조선해양이 골칫거리였던 소낭골 드릴십(원유 시추선·사진)을 드디어 인도한다. 인도와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부실의 주범으로 꼽혔던 소낭골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대금 9000억 원을 한번에 확보해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26일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낭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을 내년 초 모두 인도하기로 소낭골과 최종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옥포조선소에 정박해 있던 드릴십 2척은 각각 내년 1월 말과 3월 말에 순차적으로 조선소를 떠난다.

수정된 가격은 선수금을 포함해 총 10억6000만 달러(약 1조1925억 원)다. 기존 계약 가격인 12억4000만 달러(약 1조3959억 원)보다는 다소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를 마친 후 일시금으로 약 9000억 원의 대금을 받게 돼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낭골 드릴십은 5년간 대우조선해양의 골칫거리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소낭골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해 이 중 2억5000만 달러(약 2814억 원)를 선수금으로 받았다. 2016년 인도 준비를 마치고 나머지 금액을 받기로 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앙골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경제위기를 겪었다. 앙골라 국영회사인 선주 측이 인도대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인도와 잔금 지급을 미뤘다. 그 사이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 사태에 휩싸이며 부실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1조 원 가까운 금액을 받지 못한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소낭골 드릴십이 경영정상화의 핵심 사안이 됐다.

그나마 올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어서며 인도 협상이 급진전됐고, 마침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최근 38년간 집권하던 앙골라 대통령이 물러나며 소낭골 경영진이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계약금액보다 가격이 1억8000만 달러 낮아졌지만 그간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가격이 급락한 것에 비춰 보면 현재 시장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대우조선해양 측 설명이다. 앞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줄어든 가치를 사전에 회계에 반영해둔 터라 추가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 인도와 동시에 품질 보증 의무를 종료하기로 합의하고, 협의되고 있던 지분 투자건도 무효가 돼 건조자 리스크도 제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건조 중인 드릴십 6척에 대한 인도 일정도 모두 확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양사에 모두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합의해 경영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평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대우조선해양#소낭골 드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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