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려文化 한자리에… “이번에 놓치면 100년 동안 못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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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展 4일 개막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고려 건국 1100주년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에서 선보인 고려시대 불상들.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 대승사 금동아미타불좌상(보물 제1634호) 등 고려시대 불상과 같은 시기 일본(헤이안), 중국(요나라)의 불상도 함께 전시돼 중세 동아시아의 미술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 뉴시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고려 건국 1100주년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에서 선보인 고려시대 불상들.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 대승사 금동아미타불좌상(보물 제1634호) 등 고려시대 불상과 같은 시기 일본(헤이안), 중국(요나라)의 불상도 함께 전시돼 중세 동아시아의 미술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 뉴시스
1100년 전 한반도의 혼란을 수습한 통일 제국이자 중세 미술과 불교문화를 꽃피운 ‘고려(高麗)’. 화려한 고려의 문화유산을 한데 모은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918년) 1100주년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을 4일부터 연다. 이번 전시에선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의 11개 기관과 국내 34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시대 관련 문화재 450여 점이 공개된다. 3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대고려전은 규모와 노력, 예산 면에서 다른 전시를 압도하는 특별전”이라며 “향후 100년 동안 보지 못할 이번 전시를 통해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국보 19건과 보물 34건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53건이 출품됐고, 해외 기관에서 소장 중인 국보·보물급 유물까지 더해져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왕실 미술품을 선보이는 1부 ‘고려 수도 개경’부터 고려의 불교 문화유산을 모은 ‘1100년의 지혜’, 고려인의 일상에 녹아 있던 차 문화를 소개하는 ‘다점(茶店), 차가 있는 공간’과 예술성의 정점을 이룬 공예 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최초로 공개하는 유물들이 눈에 띈다.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이 소장 중인 ‘아미타여래도’는 처음 고국에서 선보인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전하는 고려불화는 160여 점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독존(獨尊) 형식의 아미타여래도는 10점이 채 안 되는 매우 희귀한 도상으로, 이번 전시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대고려전’에는 총 20점의 고려불화가 출품됐다.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 은제 금도금 주자(注子·주전자)와 승반(承盤·그릇 받침)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보스턴박물관이 소장 중인 이 주자는 연꽃 위에 날개를 모은 봉황 한 마리를 표현한 뚜껑과 대나무를 구부린 듯한 손잡이로 구성돼 기법과 미적 측면에서 고려 금속공예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에 불과 9점만 전해 내려오는 고려의 나전경함 중 하나인 ‘나전 국화넝쿨무늬 경함’(영국박물관 소장)과 한국 최고(最古)의 목판 ‘대방광불화엄경 수창년간판’(국보 제206-16호) 등 귀중한 유물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당초 제자이자 북한에서 소장 중인 ‘왕건상’과 나란히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북한과의 협의 지연으로 홀로 있는 ‘건칠희랑대사좌상’. 뉴시스
당초 제자이자 북한에서 소장 중인 ‘왕건상’과 나란히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북한과의 협의 지연으로 홀로 있는 ‘건칠희랑대사좌상’. 뉴시스
그러나 특별전의 최대 기대작이었던 북한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소장 ‘왕건상’이 오지 못한 점은 특히 아쉽다. 애초 박물관은 왕건의 스승인 합천 해인사 소장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과 나란히 전시해 1100년 만에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연출하려 했다. 그러나 북한 측과의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왕건상의 자리를 비운 채 전시를 개막하게 됐다. 배 관장은 “눈에 두드러지는 대비 효과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며 “왕건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설령 오지 않더라도 남북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남북 공동 발굴조사로 개성 만월대에서 발견한 금속활자도 전시되지 못했다. 그 대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딱 한 점의 고려 금속활자인 ‘복(윾)’자가 공개된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인 고려의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보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 ‘직지’를 대여하는 조건으로 프랑스 측이 요구한 ‘압류면제법’(해외 문화재를 들여와 전시할 때 압류·압수를 금지하는 조항) 입법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고려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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