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美 작가들의 작가’ 제임스 설터가 전하는 좋은글 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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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싶다면/제임스 설터 지음·서창렬 옮김/208쪽·마음산책·1만3000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선 뭔가 빠진 게 있지요. 언급하는 말의 폭, 역사 감각, 공감 능력 같은 게 부족해요. 책은 패스워드지요.”

이 책은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지만, 저자는 자신이 소설을 왜 가까이하며 좋은 소설은 어떤 감흥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미국에서 ‘작가들의 작가’라 칭송받는 그에 따르면 문체, 즉 글의 목소리는 “거의 유전적인 것”이다. 저자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거장들의 작품을 가만히 듣다 보면, 그의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와닿다 못해 푹 꽂힐 것이다.

보통 사람들도 누구나 일상에서 짧고 길게 글을 쓴다. 오고 가는 수많은 텍스트에 나만의 목소리가 필요한 그런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쉽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보다 글이 훨씬 더 어렵다’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반성해본다. 혹시 그동안 스스로 개성을 허투루 흘려보내버리진 않았던가를.

저자는 ‘보바리 부인’을 쓴 작가 플로베르가 스스로 ‘고함치는 집’이라 불렀던 그의 집에서 자신이 쓴 글의 리듬을 파악하고 정확한 단어를 고르기 위해 글을 읽어댔다는 일화를 전한다. 플로베르에겐 “글의 문체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줄거리를 파악하고 그 안의 메시지를 읽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효용이 중요한 지금 시대에 뜻만 전달하면 글은 제 가치를 다한 것일 수 있겠으나, ‘문학적’이란 건 어쩌면 그 너머의 무엇일 테다.

소설 쓰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솔직한 점도 인상적이다. “사심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자신이 적절히 드러나게 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고백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는 등 그의 창작 초기 과정이 세세하다. 앞서간 선배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소설 쓰기 성공 법칙을 적은 여타의 책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는 소설을 쓸 요량이 없을지라도 저자가 예찬한 헤밍웨이 소설을 새로 찾아볼지도 모르겠다. 혹은 국내소설의 매력을 소개한 다른 책을 주변에서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한 권의 독서가 또 다른 독서로 이어지게 만드는 이런 책은, 일반 독자도 읽어볼 만하지 않느냐고 감히 말해본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소설을 쓰고 싶다면#제임스 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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