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한국의 정으로 아가메즈를 품어 안은 우리카드

스포츠동아 입력 2018-11-14 05:30수정 2018-11-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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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외국인선수 리버맨 아가메즈는 2018∼2019시즌 트라이아웃 1순위 지명을 받은 공격수다. 현대캐피탈 소속이던 4년 전 보여준 다혈질 성향에 따른 우려도 있었지만, 우리카드 구단은 한국 특유의 정서로 아가메즈를 팀에 녹아들게 했다. 사진제공|KOVO
지난 5월 이탈리아 몬자에서 열린 2018년 V리그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남자부 7개구단 감독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선수는 아가메즈, 요스바니, 파다르였다. 드러난 기량으로만 보자면 아가메즈가 가장 눈에 띄었다.

하지만 몇몇 감독들은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성격을 부담스러워 했다. 외국인선수에게 요구되는 착한 인성과 팀워크에서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1순위를 잡은 팀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서 독박을 쓸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주저 없이 아가메즈를 선택했다.

● 신영철 감독의 뱀 꿈과 아가메즈 아내의 마음 사로잡기

타이스와 아가메즈를 놓고 저울질 했던 신영철 감독은 최종선택 전날 평소 안 꾸던 꿈을 꿨다. 검은 뱀이 자신에게 오는 꿈이었다. 그 뱀은 첫 번째 구슬을 암시했을 수도 있다. 시즌 준비과정. 다른 팀 감독들이 우리카드에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아가메즈와 팀 동료들과의 융화였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데 과연 그가 4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호기심어린 눈으로 봤다.

신영철 감독은 “예전에 그보다 더한 선수와도 해봤다. 가슴으로 대화하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 된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현대캐피탈보다 훈련시설이 좋지도 않고 풍족한 대우도 해줄 수 없는 우리카드의 현실상 아가메즈의 마음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우리카드의 선택은 한국인만의 정서인 정(情)이었다. 또 하나. 코트는 아가메즈가 지배하지만 그를 컨트롤하는 사람은 아내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의 아내 줄리의 마음을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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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은 인천 청라지구 선수단 숙소 가까이 고급 아파트를 얻어줬다. 콜롬비아에서 치과의사를 했던 줄리는 환경에 만족했다. 어린 두 아이와 생활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줄리는 “아파트단지에 있는 헬스클럽에 가도 되느냐”며 물었다. 구단은 흔쾌히 OK해줬다. 헬스클럽 비용을 부담해주겠다고 했다.

우리카드 구단은 아가메즈의 딸에게 한복을 선물했다. 사진제공|우리카드 구단

● 구단주의 한복선물과 어린이집 알림장 숙제 해주기

아가메즈 가족은 첫 딸 마리아를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집에 보내 한국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했다. 어린이집에 입학하던 날 구단은 정성껏 마련한 학용품을 선물했다. 정원재 구단주의 지시였다. 이 뿐이 아니었다. 구단주는 추석 때 두 아이들을 위해 한복도 선물했다. 가족들은 한복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진을 보냈다. 최근에는 아가메즈 가족에게 방한복도 선물했다. 세심한 배려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구단주의 뜻이 반영된 선물공세였다.

신영철 감독의 아내도 나섰다. 예쁜 자개 보석함을 줄리에게 선물했다. 선물뿐만이 아니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매일 아이들의 생활과 준비물 등을 알림장에 적어서 보내온다. 줄리는 한국어를 모른다. 통역이 매일 알림장을 보고 설명해주고 대답도 대신 적었다. 아내는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배려해주는 구단에 고마워했다. 외모와는 달리 결혼한 뒤 유난히 가정적인 사람으로 변한 아가메즈에게 어떤 말을 했을지는 듣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신영철 감독도 나섰다. 평소 훈련과정에서도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감독은 아가메즈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KB손해보험에 져서 4연패를 당한 뒤였다. 감독은 아가메즈의 승부근성을 인정해줬다. “우리가 경기를 해가면서 좋아진 모습을 보여야하는데 너의 승부욕으로 팀을 바꿔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아직 어리고 약하다. 너의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잘 알려주라”고 했다.

그 면담의 효과가 있었다. 10월 29일 현대캐피탈에게 3-0 승리를 거뒀다. 그날 아가메즈는 수비 때 몸을 날려가면서 헌신했다. 팀의 약점인 미들블로킹을 커버하려고 중앙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다.

우리카드 선수들. 사진제공|KOVO

● 입원한 아가메즈의 아들을 위해 병원비를 갹출한 우리카드 선수들

호사다마라고 할까. 시즌 첫 승리 다음 날 아가메즈의 둘째 크리스토퍼가 급성 바이러스로 병원에 입원했다. 구단은 즉시 문병을 갔다. 문제는 큰 딸 마리아였다. 엄마가 병실에서 1살짜리 크리스토퍼를 지켜야 하는 가운데 전염의 우려 때문에 3살짜리 마리아는 누군가가 따로 돌봐줘야 했다.

아가메즈가 훈련과 육아를 병행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때 먼저 구단이 나서서 “우리가 첫 째를 돌봐주겠다”고 했다. 마틴 코치의 가족도 손을 들었다. 같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속내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마틴의 가족이었다. 소아과 의사출신 마틴의 아내(렌카)가 자원해서 마리아를 맡아주기로 했다. 다행히 크리스토퍼는 10월 31일 조기 퇴원했고 이제 건강하다.

마무리는 우리카드 선수들이 했다. 입원 소식을 들은 우리카드 선수들은 시즌 첫 승리수당에서 십시일반으로 100만원을 모았다. 선수들은 아가메즈에게 병원비로 쓰라고 건넸다. 액수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선수들과 구단 그리고 주변의 이런 마음씀씀이에 아가메즈가 어떤 충성심과 감사한 마음으로 팀과 동료를 대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4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아가메즈는 무려 71.11%의 공격성공률로 팀에 승점3을 안겼다. 9일 현대캐피탈과의 풀세트 접전 때는 상대팀 최태웅 감독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난 높이에서 공격을 했고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비록 막판 범실로 경기를 내줬지만 아가메즈가 먼저 동료들을 격려했다.

역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우리카드는 아가메즈를 완전한 우리의 선수로 품어 안았다. 그 놀라운 변화의 비결은 아가메즈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 디테일한 배려, 관심이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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