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노동 편 가르기 프레임… 시장원리 안 맞아 경제 멍들어
부동산, 정치 논리로 접근해서야

이 소감에는 과거 보수정권이 한반도 전쟁의 위협과 남북 이념 대결을 고조시켜 특권을 누리고 부패를 자행했으며 인권을 탄압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대통령의 역사관은 대선 전부터 일관돼 있다. ‘친일세력→반공·산업화세력→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세력’이 화장만 바꿔가며 우리 사회를 계속 지배해 왔으므로 친일과 독재, 사이비 보수세력을 청산하는 것이야말로 ‘혁명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판문점선언에 이은 평양선언으로 보수세력이 지배의 도구로 사용했던 남북 이념 대결과 한반도 전쟁 위협이 사라졌다는 것. 따라서 사이비 보수세력이 설 땅이 없어졌으므로 ‘온전한 국민의 나라’를 복원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지나치리만치 남북 화해에 집착하는 바닥에는 이런 역사관과 세계관이 흐른다고 나는 본다.
그런데 이 구상은 첫 단계인 대북제재 완화부터 미국과 유럽, 유엔의 장벽에 부닥쳤다. 이 장벽은 남북 화해의 첫 단추마저 끼우기 어렵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벽이다. 제재의 그물망이 너무 촘촘해 정부는 물론이고 대북사업을 원하는 기업, 사업을 지원해야 할 금융기관도 옴짝달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 수뇌부는 현재의 남북 관계가 한미 관계와 4강 및 유엔 외교의 종속변수가 됐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쉽게 말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미국의 문부터 두드려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미국보다 북한의 문부터 두드린다. 그것도 아주 자주. 남북 화해가 지상명제라는 프레임에 빠져 그 바깥의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을 못 보는 것은 아닌가. 어쩌면 안 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공·산업화세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는 세계관은 기업을 지배계급, 노동을 피지배계급으로 편 가르는 프레임과도 직결된다. 현 정부 친(親)노동정책이 가려는 목표 지점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즉 기업과 노동의 경제 권력이 뒤바뀐 세상이 아닌가 한다. 문제는 이런 기도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맞지 않아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한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민노총과 한노총으로 대표되는 노조세력이 우리 사회의 노동자를 진정으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들은 고용세습까지 해대며 기득권에 취한 일부 귀족노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분(公憤)을 부르는 민노총의 비리 의혹에는 눈을 감고 노동, 아니 노조의 이익만 대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니 ‘촛불 대선 보은’이라는 말이 안 나오면 이상한 일이다.
정부가 빠져 있는 또 하나의 프레임은 강남이다. 강남은 현 정부 핵심들에게 부동산 정책을 떠나 ‘왜곡된 우리 역사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세력의 둥지’처럼 돼버렸다. 강남을 겨냥한 부동산정책이 안 먹히는 가장 주된 이유는 경제·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사회 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적으로 역대 정권의 청와대에서 부동산정책은 경제수석실 담당이었지만, 지금은 김수현 사회수석실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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