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강에는 인도인의 삶과 죽음이 흐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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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도시’ 바라나시-사르나트
인도인들에게 특별한 갠지스강
죽어서도 강으로 돌아가길 소망, 강가에 화장터 만들고 장례 치러



갠지스강은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인도 북부지역을 2400여 km 가로질러 벵골만으로 들어간다. ‘강가’는 이 강의 힌디어 이름이자 어머니 여신을 가리킨다. 강가는 오랜 세월 식수와 농수를 제공해 온 생명의 원천이었다. 특히 힌두교인들은 생전에 한 번만이라도 그 강에 안기고 싶어 하고, 죽어서도 그 품에 돌아가는 것을 소원으로 삼는다.

갠지스강과 접한 인도 북부 바라나시는 인도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도시다. 14일 새벽, 강가 여러 곳에 마련된 화장터에는 이미 붉은 불꽃이 치솟고 있었다. 한쪽에는 죽은 이를 위해 준비한 꽃과 공물이 놓여 있고, 다른 쪽에서는 가족들이 해를 맞이하며 기도하고 있었다.

갠지스강에 접한 인도 북부 바라나시의 화장터. 이곳은 수많은 생과 사가 교차하는 곳이다. 화장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순례객들은 강에서 몸을 씻으며 좋은 업(業)을 소망한다. 바라나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갠지스강에 접한 인도 북부 바라나시의 화장터. 이곳은 수많은 생과 사가 교차하는 곳이다. 화장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순례객들은 강에서 몸을 씻으며 좋은 업(業)을 소망한다. 바라나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이 부근에서만 하루 100여 회의 장례가 치러진다. “인도인들은 이 강 없으면 못 살아요” “갠지스 강은 어머니 품”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얘기다. 장례비는 화장터 사용과 주로 망고나무를 쓰는 장작, 불 값으로 300달러(약 34만 원) 수준이다. 죽은 이의 생전 직업과 경제력에 따라 비용이 오르기도 내리기도 한다. 망자에 대한 예의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돼 있다.

화장터와 조금 떨어진 지역에는 가트(Ghat)가 마련돼 있다. 이는 육지에서 강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계단이다. 새벽에도 이곳을 찾은 순례자들은 강물에서 몸을 씻으면서 기도와 명상으로 시간을 보낸다. 갠지스강이 갖고 있는 신비한 정화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뒤 처음으로 설법한 사르나트의 다메크 대탑.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뒤 처음으로 설법한 사르나트의 다메크 대탑.
강가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건너편의 항하사(恒河沙)를 만날 수 있다. 한역 불경에 자주 등장하는 이곳은 항하(갠지스강)의 모래라는 뜻으로 무수히 많은 수효를 일컫는다. ‘항하사는 부처가 유행(遊行)하는 곳이며…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죄와 허물이 모두 없어진다’는 기록도 있다. 순례자들은 항하사 모래 한 줌을 움켜쥐며 일출을 지켜본다. 갠지스의 풍경처럼 생사(生死)는 먼 곳에 있지 않을지 모른다. 삶 자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덧없는 것이리라.

바라나시 인근 사르나트(녹야원)는 경전 구절처럼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뒤 자신과 함께 고행 수행을 했던 다섯 비구를 찾아 진리를 처음으로 전한 ‘초전법륜(初轉法輪)’의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아소카 대왕이 부처의 첫 설법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높이 13m의 다메크 대탑이 있다. 다메크는 ‘진리를 본다’는 뜻이다.

이날 사르나트를 찾은 안국선원(선원장 수불 스님) 재가불자 100여 명은 대탑에서 부처의 뜻을 되새겼다. 순례단은 깨달음의 땅으로 불리는 부다가야를 비롯해 부처의 흔적이 남아 있는 쿠시나가르와 슈라바스티, 라지기르 등 성지를 찾아 좌선(坐禪)과 함께 수불 스님의 법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수불 스님은 “일회적인 순례가 아니라 부처님 기운이 남아 있는 현지에서 수행의 시간을 갖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해탈에 들지 않고 40여 년간 불법을 전한 부처님의 뜻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바라나시·사르나트(인도)=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인도#갠지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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