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위탁생산 두 날개로… SK, 바이오시장서 난다

김창덕 기자 입력 2018-10-10 03:00수정 2018-10-10 03:5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SK바이오팜 연구소에서 직원들이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주) 제공
7월 중순 국내 바이오업계 전체가 주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가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생산(CMO) 기업 앰팩(AMPAC)의 지분 100%를 사들이기로 했다는 발표였다. SK㈜는 미국 내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지난달 초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 인수 추정금액은 8000억 원 안팎. 지난해 6월에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생산공장(1700억 원)도 인수했다.

SK㈜는 정보기술(IT), 액화천연가스(LNG),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반도체 소재, 바이오를 5대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중 바이오부문의 행보가 최근 가장 돋보인다. SK그룹이 미래 주력 사업으로 키워가는 바이오사업 전략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들여다봤다.

○ 철저한 판세 분석으로 기회를 찾다

SK바이오텍이 지낸해 6월 인수한 아일랜드 스워즈시 의약품 생산공장(SK바이오텍 아일랜드)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SK(주) 제공
SK㈜는 2011년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을 설립했다. 2015년에는 SK바이오팜에서 SK바이오텍을 물적 분할했다. 대형 인수합병(M&A)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었다. 바이오부문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강창균 SK㈜ 상무는 “2013년부터 CMO 부문의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적당한 매물들을 그때부터 검토해왔고 최근 결실을 본 것”이라고 했다.

주요기사
오리지널 신약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던 글로벌 제약사들은 복제약 시장 성장과 약가 인하 움직임 속에 R&D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럽게 생산은 아웃소싱으로 대거 돌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CMO 시장은 2015년 660억 달러(약 74조6000억 원)에서 2025년 1270억 달러(약 143조5000억 원)로 연평균 6.8%(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큐비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제약시장 성장률인 연평균 4.2%(글로벌 컨설팅그룹 프로스트앤드설리번)보다 훨씬 가파르다.

SK가 CMO 시장에서 빠르게 글로벌 선두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M&A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름값’과 ‘기술력’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일감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 CMO 시장에서도 선두권 기업들은 연평균 16%씩 성장하는 반면 중소규모 기업들은 도태되기 일쑤였다. 자체적인 기술력을 쌓아 도전하기에는 세계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빨랐다.

2017년 인수한 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생산공장(현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은 그런 측면에서 고른 타깃이었다. 강 상무는 “어떤 클래스에 들어갈 것이냐 선택해야 했다. 결국 ‘잘하겠다’가 아닌 ‘이미 잘하고 있다’는 레퍼런스가 필요했다”고 했다.
SK(주) 제공가 지난달 인수를 완료한 미국 앰팩의 버지니아주 생산공장 전경. SK(주) 제공
앰팩 인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자국 생산 우선주의’가 한층 짙어졌다. 규제 강화를 뚫어내려면 현지 생산시설 인수는 필수였다. 1998년 설립된 앰팩은 항암제, 중추신경계, 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검사관 교육 장소로 활용할 만큼 최고 수준의 생산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다.

SK는 국내 공장(32만 L, 대전·세종공장)과 아일랜드 공장(8만1000L)에 앰팩(60만 L, 캘리포니아·텍사스·버지니아주)까지 더해지면서 100만 L 규모의 글로벌 생산용량을 확보하게 됐다. 2020년까지는 이를 160만 L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생산용량 기준 1위 CMO는 스위스 지크프리트로 155만 L 규모다.

○ 장기투자 사업과 캐시카우의 조화

SK㈜의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은 리스크 매니징 전략이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간질)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만 연 매출 1조 원을 기대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다. 현재 임상 3상 막바지로 SK바이오팜은 연내 미 FDA에 신약판매허가(NDA)를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의 매출액은 세노바메이트 출시 전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신약 개발은 임상 1, 2, 3상을 거쳐야 해 개발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매우 길다. 더구나 실패 확률도 높다. ‘형제 회사’인 SK바이오텍은 바이오팜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그룹에 실탄을 제공할 훌륭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매출액 1094억 원을 올려 영업이익 285억 원을 냈다. ‘한국-유럽-미국’ 생산기지가 동시에 가동되는 올해부터는 급격한 성장이 기대된다. SK바이오텍으로서도 SK바이오팜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대규모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돼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다만 이질적인 사업들을 한 지붕 아래 추진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위험 부담을 적극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신약 개발과 안정적이지만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는 위탁생산은 투자 결정과 성과 평가, 조직 관리 등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해서다. 주문제작생산방식이 주력이었던 미국 IBM은 1980년대 재고 부담이 큰 PC 사업에 진출했다. IBM의 성공 배경 중 하나는 PC사업부를 기존 본사가 있던 뉴욕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미국 실리콘밸리에 두고 경영도 완전히 분리했기 때문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위험군 사업과 저위험군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매력이 크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진의 역량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SK㈜가 2016년 SK바이오팜이 갖고 있던 SK바이오텍 지분 100%를 직접 인수한 게 이 때문이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 간 관계는 ‘부자’에서 ‘형제’로 바뀌었다. 강 상무는 “바이오팜과 바이오텍은 업의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서로 가깝게는 두되 지분 관계를 완전히 정리해 독립 경영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의 바이오사업 비전은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로의 도약’이다. 신약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판매, 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을 뜻한다. 신약과 CMO 모두에서 조 단위 매출액을 올리는 ‘글로벌 톱 티어’로 성장시키겠다는 SK의 도전에 바이오업계를 넘어 재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신약개발#위탁생산#sk#바이오시장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