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3m까지 샅샅이… 한발 한발 긴장속 ‘전쟁의 흔적’ 제거

손효주 기자 입력 2018-10-04 03:00수정 2018-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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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화살머리고지 지뢰 제거 현장
GP 철조망 넘어… 2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수색로에서 장병들이 일렬로 서 수색로 양측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뢰 탐지 작전을 하고 있다. 내년 4월부터 진행하는 화살머리고지 공동 유해 발굴에 앞서 남북은 1일부터 고지 내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2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고지 내 수색로에서는 우리 군 장병들이 지뢰 탐지 장비를 갖추고 일렬로 늘어선 채 한창 지뢰 탐지·제거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군사 합의가 이행되는 현장이었다. 남북은 1일∼다음 달 말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나뉜 고지 양측 지역에서 각각 지뢰 탐지·제거 작전을 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4월부터는 지뢰 제거 지역을 대상으로 한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이 휴전 이후 최초로 시작된다. 남북이 지뢰 제거로 DMZ를 ‘평화지대’로 바꾸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이날 작전은 MDL에서 1km 떨어진 수색로 초입에서 실시됐다. 방탄복과 방탄모를 착용한 기자가 DMZ 내 감시초소(GP)를 에워싼 3중 철책 통문에 다가서자 MDL 방향으로 난 폭 2∼3m의 수색로가 보였다. 이미 방탄복, 지뢰화 등 20kg에 가까운 장비를 장착한 병력들은 지뢰를 탐지 중이었다. 한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장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경계·의료·통신 등 지원 병력 외에 지뢰 탐지·제거 작전에 직접 투입되는 장병은 80명. 이 중 20명이 한 팀을 이뤄 작전에 투입됐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위험한 작전인 만큼 한번 투입된 팀은 15분이 지나면 다른 팀과 교대했다.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수색대대 경계병력 6명은 작전 병력 전후방에 3명씩 배치돼 삼엄한 경계작전을 펼쳤다.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는 DMZ 특성상 남북 화해 국면에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통 경호를 받으며 선두에 선 장병은 땅속 3m 깊이까지 탐지되는 장비 ‘숀스테드’로 지뢰 탐지를 시작했다. 그 뒤로는 예초기를 든 장병이 탐지를 마친 지역의 잡풀을 제거했다. 이어 장병 2명이 금속 성분이 제각각인 여러 종류의 폭발물을 감지할 수 있도록 민감도를 달리 설정한 일반 지뢰 탐지기(탐지 깊이 약 15cm)를 들고 ‘숀스테드’가 1차 탐지한 지역을 정밀 탐지했다. 이 과정에서 지뢰가 탐지되면 공기압축기로 지뢰 매설지 주변 흙을 제거한다. 이후엔 군 폭발물처리반이 지뢰를 후방으로 옮겨가 최종 해체한다. 현장 지휘관은 “해당 지역에 우리 군이 계획적으로 매설한 지뢰는 없지만 6·25전쟁 때 산발적으로 매설한 지뢰나 유실 지뢰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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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은 이미 지뢰 탐지·제거 작전을 거쳐 MDL로 향하는 2∼3m 폭의 ‘안전 수색로’를 확보해 놓았다. 이번 작전은 이 수색로를 좌우로 확장해 유해 발굴을 위한 안전지역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군은 화살머리고지 남측 지역을 1, 2구간으로 나눴다. 이날 언론에 일부 공개된 1구간 내 800m 길이 기존 수색로는 폭 4m로, 2구간 내 500m 길이 수색로는 10m로 확장하는 것이 작전 목표다.

군은 6·25전쟁 당시 쓰인 ‘교통호(참호 사이를 연결하고, 사격 등의 임무 수행을 위해 좁고 길게 구축한 참호)’들이 남아 있는 2구간에서 유해가 다수 발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구간 수색로를 10m까지 넓게 확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화살머리고지는 6·25 당시 한국군 미군 프랑스군 중공군 등 다양한 국적 군인이 세 차례 격전을 치른 곳이다. 유해 300여 구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고지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DMZ ‘통문’이 있는 통문 통제대 사무실 옆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완전 작전’ ‘선배님들의 숭고한 희생,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현장 지휘관은 “지뢰 제거 작전 투입 병력 40%는 관련 경험이 많은 베테랑 간부이고 병사들도 경험이 풍부한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한 가운데 임무를 기한 내에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남북 합의서엔 북측도 1일부터 지뢰 제거 작전을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남측 현장에서 북측 상황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이 지휘관은 “북한도 작전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통제대 인근에선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UNCMAC)에서 파견된 뉴질랜드군이 DMZ에 드나드는 병력과 장비를 감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UNCMAC 관계자는 “지뢰 제거 작전 및 유해 발굴이 실시되는 기간에 계속 와서 장비 및 병력 출입을 승인하는 등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감독할 것”이라고 했다.

철원=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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