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에 등장한 결혼행진곡

유윤종 전문기자 입력 2018-08-28 03:00수정 2018-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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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 8월 28일, 우리 대부분이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듣는 음악이 세상에 첫선을 보입니다. 독일 바이마르에서 초연된 바그너(사진)의 오페라 ‘로엔그린’이죠. 이 오페라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은 구미 각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결혼식장에서도 연주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곡가 바그너는 이 초연 현장에 없었습니다. 대신 피아노 명인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츠 리스트가 공연을 지휘했죠. 바그너는 전해 독일 시민혁명의 와중에 당국의 수배를 받아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습니다. 바그너의 맹렬한 지지자였던 리스트는 공연 날짜에도 의미를 담았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재상으로 재직했던 천재 괴테의 101번째 생일을 맞아 이 곡을 선보인 것입니다.

당시 리스트는 마리다구 백작 부인과의 사이에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습니다. 결혼행진곡 장면을 지휘하면서 그는 자신의 아이들도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결혼식을 올리기를 소망했을까요? 그러지는 않았을 듯싶습니다. ‘로엔그린’의 결혼은 파국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신랑인 백조의 기사는 신부 엘자가 ‘금기’인 자신의 이름을 묻자 떠나버리고, 엘자는 충격을 받아 죽어버립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이 곡이 결혼 축하의 순간에 연주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이후 리스트와 바그너의 관계도 파란을 겪게 됩니다. 리스트의 첫딸이었던 블란디네는 프랑스 정치인과 결혼한 뒤 5년 만에 네 아이를 남겨두고 죽었고, 아들 다니엘도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둘째 딸인 코지마가 남았는데, 지휘자 한스 폰 뷜로와 결혼했던 이 딸이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전합니다. 바그너를 사랑하고 있으며, 남편과 헤어져 바그너와 결합한다는 것입니다.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을 지휘할 때의 리스트라면 이런 훗날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때는 코지마가 열세 살에 불과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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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와 코지마의 후손들은 오늘날 바그너 극을 공연하는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의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 바이로이트 축제는 지난달 25일 개막했고 내일 ‘발퀴레’를 끝으로 폐막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

#바그너#로엔그린#결혼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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