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새내기 변호사 “25년 PD생활 겸업”

고도예기자 입력 2018-08-07 03:00수정 2018-08-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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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대표서 새 인생 연 이용해씨
올해로 25년 차 예능·드라마 프로듀서인 이용해 변호사가 1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화우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용해 씨(51)는 올해로 ‘25년 차 감독’이다. 대학 졸업 뒤 한 방송사에서 10년간 예능 PD로 활동하면서 ‘좋은친구들’ ‘이홍렬쇼’ ‘LA아리랑’ 등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화제작을 연출했다. 2003년 외주 제작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올인’ ‘주몽’ 등 인기 드라마를 연달아 기획·제작했다. 제작사 메이콘텐츠의 대표이사가 됐을 때가 43세였다.

그런 이 씨가 올해 변호사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법무법인 화우에서 실무수습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빨간 펜을 들고 방송 대본을 고치는 고참 선배였지만 이젠 비슷한 나이의 변호사들에게 항소이유서를 첨삭받는 수습 변호사다.

“20여 년 동안 PD 생활을 하다 보니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방송 출연자였던 변호사 한 분이 로스쿨 진학을 권유했습니다. 그때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1일 서울 강남구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이 씨는 늦깎이 변호사의 길에 도전했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2015년 전남대 로스쿨에 입학한 이 씨는 올 4월 제7회 변호사시험에 51세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해 최연소 합격자(23세)는 아들뻘”이라며 “로스쿨 시절에도 최연소인 친구와 함께 다니면 ‘아들과 아버지’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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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생각과 달리 쉽지 않았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법학 교양 과목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입학 첫해부터 좌절했다. ‘사법시험 장수생’인 로스쿨 동기들 사이에서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았다. 동기들은 자퇴서를 내겠다는 이 씨를 여러 차례 말렸다. “형처럼 로스쿨 취지에 걸맞은 사람이 변호사가 돼야 한다”며 용기를 북돋았다. 이 씨는 “제작사 대표를 겸하고 있어 생계 걱정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해를 오기로 버텼고, 로스쿨 생활을 하다 보니 점차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했다.

변호사 시험을 석 달 앞두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눈이 시큰거렸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망막박리’ 증상이었다. 주중엔 로스쿨생, 주말엔 제작사 대표로 몸을 혹사한 영향이 컸다. 입원해 있을 당시 35세 이상 로스쿨 동기인 ‘삼오곡’ 모임 멤버들이 이 씨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최신 판례를 읽어줬다. 시력을 회복한 뒤 간신히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앞으로 법무법인 화우에서 문화·예술계 전담 변호사로 일할 예정이다. 롤모델은 야구선수 출신 변호사 스콧 보라스다. 은퇴 뒤 변호사로 변신한 보라스는 법률 지식을 무기로 메이저리거들을 대리하는 대형 에이전시를 세웠다. 이 씨는 “미디어업계의 가려운 곳을 법률 지식으로 긁어줄 수 있는 보라스가 되고 싶다. 언젠가 로펌 변호사의 삶을 그린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꿈”이라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용해#좋은친구들#이홍렬쇼#법무법인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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