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성공보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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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고 A 씨가 B 변호사에게 지급한 성공보수 1억 원 중 4000만 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원고가 돌려받은 금액은 2심과 같았지만 ‘향후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는 무효’라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았다. 재야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다. 피고인 B 변호사는 전원합의체에 재판이 넘겨진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전원합의체 선고 전 언론에 쟁점을 설명하던 관례도 깼다. 당시 재판이 비밀리에 진행된 경위가 아리송했다.


▷최근 이 판결이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재판이 비밀리에 진행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3년 전에는 B 변호사의 소송 취하를 막기 위한 조치인 줄로만 알았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검찰이 확보한 ‘대한변협 신임 회장 대응 및 압박방안’에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해 대한변협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해외 입법례와 도입 가능성 및 추진 전략 등을 검토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대체로 성공보수가 사법 정의에 어긋난다는 차원에서 금지하고 있다. 이런 입법례를 참고로 당시 전원합의체는 “특정한 수사 방향이나 재판의 결과를 ‘성공’으로 정해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기로 한 합의는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해 여론의 호평을 받았다. 고위 법관 출신의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수임할 때 지나치게 고액의 성공보수를 받는 실태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다. 판결 취지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뒤늦게 의도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앞으로 ‘종료보수’와 같은 이름으로 사실상 성공보수를 주고받는 일이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 전원합의체 재판의 기획 여부는 검찰이 진위를 가릴 테고, 무효 판결의 위헌 여부는 변협이 낸 헌법소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릴 것이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규정을 감안하면 헌재에서 위헌 결론이 날 가능성은 낮다. 성공보수의 음성적인 부활은 막아야 한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성공보수#대한변호사협회#상고법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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