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폭염 ‘불덩이 지구’

구가인기자 , 손택균기자 입력 2018-07-26 03:00수정 2018-07-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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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서부 데스밸리 52.7도 치솟아… 유럽-아시아도 연일 최고치 경신
기상학자들 “폭염 앞으로가 더 걱정”
“여수 앞바다 지켜라” 고수온-적조주의보에 황토 살포 25일 고수온주의보와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전남 여수 해역에서 방제선과 어선들이 황토를 뿌리고 있다. 이날 적조 방제작업에는 황토살포선 8척과 지휘 및 예찰선 4척 등 12척의 선박과 60여 명의 인원이 동원됐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미국 국립기상국(NWS)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동부의 사막지역인 ‘데스밸리’의 이날 기온이 섭씨 52.7도까지 오르면서 이 지역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NWS에 따르면 102년 전인 1916년 7월 24일 데스밸리의 기록이 52.2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서부 개척시대 골드러시 당시 황금을 찾아 서부로 향하던 사람들이 더위로 죽을 만큼 고생을 했다는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혹서지대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코첼라밸리와 팜스프링스도 각각 50도와 49.4도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치를 넘어섰다. NWS는 많은 지역에서 최고 기온을 경신하면서 앞으로 며칠 동안 올해 가장 더운 날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촌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미국과 캐나다, 알제리, 노르웨이, 일본 등 거의 전 대륙에서 최고기온이 새로 나오고 있다. 23일 일본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서는 수은주가 41.1도까지 치솟아 일본이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최고기온을 찍었다. 같은 날 도쿄의 낮 기온도 40도를 넘었다. 대만도 9일 역대 최고인 40.3도를 기록했다.


유럽중부기상예보센터에 따르면 올 7월 1∼20일 세계 평균기온은 1981∼2010년 같은 기간 평균기온보다 대부분 높았다. 러시아 시베리아 북쪽과 스페인, 포르투갈,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의 올해 기온만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낮 최고기온이 25도 미만으로 한여름에도 비교적 선선한 날씨를 보이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도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이상고온을 경험했다. 극궤도기상위성(NOAA) 등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 투르쿠는 이달 17일 33.3도, 노르웨이 에트네는 5월 30일 32.7도를 기록해 해당 날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아프리카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 지역인 우아르글라는 이달 5일 수은주가 51.3도까지 오르면서 아프리카 대륙 역대 최고기온을 보였다. 오만에서는 최근 밤에도 최저기온이 42.6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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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셔크먼 BBC방송 과학담당 에디터는 “놀라운 것은 폭염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기상학자들은 극단적인 고온현상으로 인한 위협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 ‘물의 나라’ 네덜란드, 강 말라 물류 차질 ▼

獨 공항 활주로 뒤틀려 이착륙 중단

‘불가마’ 날씨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147년 만의 폭염으로 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24일 기준 폭염 사망자가 65명을 넘어섰고, 폭염 쇼크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만2000명을 넘었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선 땡볕에 활주로 노면이 뒤틀리면서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고, ‘물의 나라’ 네덜란드에선 강물이 말라 선박을 이용한 운송에 차질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구 북반구를 달구는 폭염의 원인을 상당 부분 지구온난화에서 찾고 있다. 마일스 앨런 옥스퍼드대 기상학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가 지금보다 좀 더 시원했던 과거에도 올해와 비슷한 폭염이 대규모로 나타난 적이 있었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폭염의 발생 빈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북반구 곳곳에 발생한 폭염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열돔’ 현상이 한몫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열돔은 지표면에서 약 5∼7km 대기에 고기압이 정체된 상태에서 돔 형태의 막을 형성해 뜨거운 공기를 가둬놓는 현상을 말한다.

유럽의 경우 최근 두 달간 예년보다 북쪽으로 올라온 지대에서 불고 있는 서풍의 영향을 지목했다. 렌 셰프리 리딩대 기상학 교수는 “예년보다 높아진 북대서양의 수온이 제트기류를 만들어내면서 유럽 전역에 정체성 고기압이 형성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의 대기를 섞어주는 기능을 하는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치우쳐 형성되면서 예년과 같은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경우 티베트 고원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대류층 상층에 자리 잡은 후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열돔이 만들어진 상태다. 현재는 열돔의 위력이 워낙 세서 오히려 태풍이 경로를 바꿀 정도다.

지역마다 개별적인 원인과 별개로 집단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극단적인 고온 현상은 결국 지구온난화와 떼어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국 기상청 연구소 피터 스콧 교수는 “산업혁명 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도 정도 상승했다. 4개 대륙에 걸쳐 폭넓게 나타나고 있는 폭염 현상을 지구의 기후 변화와 별개 문제로 바라볼 순 없다”고 말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손택균 기자

#폭염#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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