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없는 ‘근로자’ 대학원생은 괴로워

김은지기자 입력 2018-07-17 03:00수정 2018-07-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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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업무 돕는 사실상 근로자지만 근로기준법상 법정휴가 보장안돼
年 7일안팎 휴가사용 그쳐… 美 대학선 ‘최대 4주’ 명문화

3년 차 대학원생 이연우(가명·25) 씨는 올해도 휴가 없이 여름을 보낼 예정이다. 이 씨가 일하는 연구실은 주 6일·연중무휴 근무가 원칙이다. 휴가도, 주말도 없이 일하는 이 씨에게는 ‘랩(laboratory)실 지박령(특정 장소에서 떠나지 못하는 영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정현수(가명·24) 씨의 연구실은 명목상 1년에 7일 휴가를 준다. 하지만 정 씨가 지난해에 실제로 쓴 휴가는 딱 하루다. 담당 교수가 연말에 휴가를 가장 많이 쓴 학생을 콕 집어 핀잔을 주기도 했다. 퇴근 후에는 물론이고 쉬는 날에도 업무 지시가 이어져 휴무를 해도 별 의미가 없다.

대학원생들은 ‘우리는 교수의 지도를 받는 학생이자 교수의 지시를 받는 노동자’라고 주장한다. 개인 연구 외에 수업 조교 업무, 교수 출장 보조, 장비 구매와 서류 처리 등 각종 일거리를 도맡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법정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외국에서는 학교 차원에서 대학원생의 휴가를 최대 4주(미국 프린스턴대), 최소 3주(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등으로 명문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교수들에게 재량권이 있어 제대로 쉬지 못하는 학생이 태반이다. 포스텍 대학원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요청을 반영해 ‘휴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KAIST도 지난해 ‘연구환경실태조사’의 일부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두 학교대학원생의 1년 휴가일수는 평균 각각 7.7일, 7.28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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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학원생들의 ‘근로자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대학원생 4000여 명의 근로계약에 착수했고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별 대학의 사정이 모두 다르고 교수들의 반발이 있어 확산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전국대학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우리가 휴가를 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노동’이 없으면 연구실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학원생이 근로자임을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휴가#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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