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와 동시에 이뤄져… 靑, 석연찮은 드루킹측 연락과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압수수색 시작 1시간뒤 “면접 보자”… 드루킹측 “우연의 일치로 볼수 있나”
도 변호사, 민정 전화 일주일뒤 靑 연풍문 2층서 백원우와 만나
靑 “백원우, 드루킹 구속 모르고 만났다”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여론 조작 본거지였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의 출입문이 지난달 22일 굳게 잠겨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여론 조작 본거지였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의 출입문이 지난달 22일 굳게 잠겨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어떻게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 수 있나.”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의 최측근 A 씨는 김 씨의 출판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과 김 씨의 인사 청탁 대상자에 대한 청와대의 면담 약속이 같은 시점에 이뤄진 데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올 3월 21일 오전 9시 김 씨가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본거지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경찰이 압수수색하기 시작했고,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경 김 씨가 김경수 전 의원에게 주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가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의 전화를 받은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앞서 3월 17일 김 씨는 김 전 의원에게 “3월 20일까지 주오사카 총영사 약속이 지켜지는지 보겠다. 안되면 함께 했던 불법적인 일들을 언론에 털어놓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20일까지 김 씨에게 회신을 하지 않았고 바로 다음 날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네이버 측의 고발에 따라 경찰이 2월 7일 수사에 착수한 지 42일 만이었다.

또 3월 21일 압수수색 직후 김 씨 등 경공모 회원 일부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 씨는 “김 씨가 폭로 시한으로 통보한 20일까지 김 전 의원으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자 조마조마해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압수수색이 들이닥쳤다”며 “청와대의 작품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씨의 출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됐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이지 청와대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물론 경찰의 압수수색과 백 비서관의 도 변호사에 대한 전화 연락이 우연히 동시에 이뤄졌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 변호사는 백 비서관의 전화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연풍문 2층에서 백 비서관과 단둘이 만났다. 두 사람의 면담에서 오간 대화 내용에 대한 청와대와 도 변호사의 설명은 엇갈렸다.

도 변호사는 “주오사카 총영사 추천 때문에 만났고 일본에 대한 일반적인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청와대의 해명은 일관성이 없었다. 지난달 16일 ‘당시 만남은 인사검증 차원’이라고 했다가 다음 날 ‘김 씨가 김 전 의원을 협박했다는 사안에 대한 진상 조사 차원’이라고 했다.

A 씨는 “만약 진상 조사였다면 사람들이 많은 청와대 연풍문에서 했을 리가 있겠느냐. 도 변호사는 백 비서관과 면담 약속을 잡기 위한 통화를 할 때 ‘면접’이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두 사람이 만난 시기를 ‘3월 초순→3월 중순→3월 말’로 바꾼 것도 찜찜한 대목이다. 김 씨는 3월 25일 경찰에 구속됐다. A 씨는 “김 씨 구속 이후에 만났다는 게 알려지길 꺼려 처음에 ‘3월 초’라고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날 때 김 씨의 구속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배준우 기자 jjoonn@donga.com
#드루킹#청와대#백원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