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홍보해주세요” 메시지 보내자… 드루킹 “처리하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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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파문 확산]대선 전부터 ‘비밀 대화방’ 문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의 초점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연루 가능성으로 향하고 있다. 김 의원이 특정 기사의 인터넷접속주소(URL)를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에게 직접 보내 홍보를 부탁했고 김 씨가 “처리하겠습니다”라며 응답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2016년 말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유독 대선 기간에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인 시그널을 사용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 의원과 김 씨가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55건의 대화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서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철통 보안’ 시그널로 어떤 대화 했나

2016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 의원이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김 씨에게 보낸 메시지 14건의 내용을 보면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의원이 김 씨에게 보낸 기사 URL 10건 중 8건은 대선 실시 전 기사다. 대부분 문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기사를 보내며 ‘홍보해 주세요’라고 요청하거나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고 적었다. 마치 댓글 작업을 요청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지난해 1월에는 ‘답답해서 내가 문재인 홍보한다’라는 제목의 3분 20초짜리 유튜브 동영상을 김 씨에게 보냈다. 동영상은 곧바로 김 씨의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올라갔다. 김 씨의 최측근인 박모 씨(30)는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인 ‘MLB파크’에 이 동영상을 올리며 홍보했다. 온라인 닉네임이 ‘서유기’인 박 씨는 20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김 의원이 보안 수준이 최상급인 시그널을 통해 김 씨와 55차례에 걸쳐 주고받은 대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평소 두 사람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댓글 여론 조작을 시도한 동기에 대해 “김 의원에게 경공모 회원인 A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추천했다가 거절당한 뒤 오사카 총영사로 다시 추천했는데 이마저 거절당한 것에 불만을 품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씨가 이끌어온 경공모의 운영비(연간 11억 원 추정)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조사했지만 김 씨는 “강의료와 비누 판매 수입으로 마련했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 경찰은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김 씨 측 회계 담당자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 김 의원-드루킹 ‘밀접한 관계’ 정황

지난해 3월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영남권역 경선이 열렸다. 이날 김 씨도 현장에 참석했다. 경공모 부산지부 회원 A 씨는 “당시 김 씨가 경공모 스태프에게 ‘민주당원으로 가입해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독려해 다수의 회원이 경선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작년 3월 영남권 경선 현장의 드루킹 지난해 3월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영남권 대선후보 경선에 참석한 ‘드루킹’ 김동원 씨가 ‘문재인 재벌적폐청산’이라고 적힌 응원용 수건을 들고 서 있다. 인터넷 카페 캡처
작년 3월 영남권 경선 현장의 드루킹 지난해 3월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영남권 대선후보 경선에 참석한 ‘드루킹’ 김동원 씨가 ‘문재인 재벌적폐청산’이라고 적힌 응원용 수건을 들고 서 있다. 인터넷 카페 캡처

이날 경선장에 참석한 김 씨 모습은 언론사 촬영 사진과 동영상에도 담겨 있다. 검은 재킷을 입은 김 씨는 다른 회원들과 ‘문재인 재벌적폐청산’이란 파란색 수건을 들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문재인 북콘서트 ‘촛불이 묻는다.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경공모 회원과 만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김 의원은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가 적힌 수건을 들고 있는 회원 10여 명과 함께 했다. 김 의원이 경선 전부터 김 씨 측과 관계를 맺어온 정황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조동주 djc@donga.com·조유라·김은지 기자
#김경수#드루킹#여론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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