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알래스카 거쳐 평양 들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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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올브라이트도 같은 경로
일각 오산 경유說… 가능성 낮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가 이달 초 방북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18일, 그의 방북 경로를 묻는 질문에 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닫았다. 그가 미 정부 전용기편으로 방북했다면 우리 공군에 사전 통보됐을 가능성이 크다. 서해 항로를 통해 평양으로 가려면 우리 영공이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거쳐야 하는데, 이 경우 우리 공군으로의 사전 통보가 필수다. 평양으로 향하는 미 전용기의 항적은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레이더에 잡히게 돼 있어 우리 정부는 미 정부 인사가 방북한 사실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일단 군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달 초 북한으로 들어가는 미국 국적 항공기의 항적이 포착됐느냐”는 질문에 “공군에서도 관련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한다. 사전 통보 여부 역시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 나 역시 폼페이오가 방북한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보고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당국은 폼페이오가 미 워싱턴을 출발한 뒤 알래스카를 거쳐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도 미 정부 인사들은 이와 유사한 경로를 이용했다. 2000년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은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알래스카의 엘먼도프 공군기지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 2014년 북한에 억류됐던 케네스 배, 매슈 토드 밀러 씨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방북한 제임스 클래퍼 당시 미 국가정보국장(DNI) 역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C-40 전용기를 타고 북한으로 향했다. 당시엔 기체 고장 탓에 괌을 거쳤다.

일각에선 경기 오산기지에서 평양으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지나치게 노출돼 있어 미 고위급 인사의 방북 사실이 쉽게 외부로 알려질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정부 소식통은 “폼페이오가 우리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이 있지 않는 한 극비리에 북-미 최고위급 수준의 직접 접촉이 진행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오산기지를 거쳐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폼페이오#방북#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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