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극단 떠나 홀로서기… 아직 무대에 목말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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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찬가 부른 소프라노 황수미
獨 본 오페라극장 생활 곧 마무리… 고인물 되기 싫어 과감하게 결정
통영음악제 이어 4월 서울 공연

황수미 씨는 여가 시간엔 주로 라인강변을 산책하거나 집에만 머무는 ‘집콕’을 한다. 사람과 부대끼는 직업이라 조용한 휴식을 선호한다고.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책도 즐겨 읽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황수미 씨는 여가 시간엔 주로 라인강변을 산책하거나 집에만 머무는 ‘집콕’을 한다. 사람과 부대끼는 직업이라 조용한 휴식을 선호한다고.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책도 즐겨 읽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부러 편한 옷으로 골라 입었어요. 늘 드레스 차림만 보여 드려서요.”

27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커피숍.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렀던 소프라노 황수미 씨(32)를 만났다. 가죽 재킷에 청바지 차림이 경쾌했다.

지난달 9일 개막식 무대를 마치고 곧장 독일행 비행기에 오른 그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31일과 다음 달 1일, 7일 통영국제음악제 무대에 오른 뒤 바로 독일로 돌아가는 빠듯한 일정이다.

올림픽의 힘일까. 그는 소프라노계 샛별에서 단박에 유명 스타가 됐다. 대중은 새로운 소프라노의 출현에 목말라했고, 적절한 타이밍에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황수미가 등장했다. 그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개막식 공연을 마치고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이 사진 요청을 해왔어요. 현지 교민들도 자주 알아봐 주시고요. 감사한 일이지만 변한 건 없습니다. 여전히 더 많은 무대를 경험하고 싶은 욕심뿐입니다.”

덤덤하던 목소리가 본업 얘기를 꺼내자 한 톤 높아졌다. 독일 본 오페라극장 단원인 그는 7월에 극단 생활을 마무리한다. 지난해 11월 결정한 일이다. 그는 “소속 가수로 일하면 정기적으로 공연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된다. 하지만 스스로 다시 흔들고 싶어서 과감하게 둥지를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말하길 ‘넌 참 싫증을 잘 내는 것 같다. 나는 지겹지 않냐’라고 해요.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2016년에 결혼했거든요. 한데 저는 정체된 상태가 싫을 뿐입니다. 다양한 무대에서 노래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는 소프라노로서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강점으로 꼽힌다. 공연마다 표정과 음색에 기쁨 슬픔 고독 등이 절절이 묻어난다는 평. 하지만 본인은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편”이라고 자평했다. 서울예고 시절부터 고향 경북 안동시를 떠나 혼자 자취할 정도로 독립적인 성격. 유학 자금도 콩쿠르 상금, 서울시립합창단 근무, 동요 레슨 아르바이트 등으로 스스로 마련했다.

황수미는 “2년 안에 길이 보이지 않으면 귀국한다는 마음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데 운이 따라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좋은 극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후배들도 진지하게 꿈꾸되 마냥 ‘무대 위’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국내 팬과 자주 만난다. 다음 달 27, 28일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 2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도 오른다. 연말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데뷔 앨범을 녹음한다.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3개 소네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 브리튼의 가곡 등이 수록된다. 내년엔 기념 리사이틀을 한국에서 연다.

인터뷰 말미 그가 ‘가화만사성’이란 말을 꺼냈다. 마음이 평온해야 좋은 음악이 나오는데, 평온하려면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 17세 때부터 인생의 반 이상을 가족과 떨어져 살아서 소소한 기쁨을 곁에서 나누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개막식 공연 당일이 남편 생일이라 공연을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죠. 둘 다 성악을 해서 의지도 하고 자극도 받습니다. 음악가는 평생 평가받는 ‘무대 서바이벌’의 삶을 살아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소프라노 황수미#올림픽 찬가#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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