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트럼프의 돌출행동, 과연 계산된 행동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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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밴디 리 엮음/정지인 이은진 옮김/572쪽·2만2000원·심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발적인 언행은 종종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들은 트럼프의 정신건강을 진단하며 그가 민주주의와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아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발적인 언행은 종종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들은 트럼프의 정신건강을 진단하며 그가 민주주의와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아일보DB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신분석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작업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직업윤리에는 명백히 어긋난다. 정신과 의사가 직접 면담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행위를 비윤리적으로 규정한 ‘골드워터 규칙’ 때문이다.

이 책은 이 직업윤리를 위배하는 저자들의 글 모음이다. 미국 내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27명이 도널드 트럼프의 정신건강을 진단했다. 동영상과 인터뷰, 트윗 멘션 등 1980년대부터 트럼프가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쏟아낸 기록물이 바탕이 됐다. 트럼프를 직접 대면해서 검사하지 않았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럽고 복수심에 불타는 자’로 인식되는 자국의 대통령을 평가하고 진단해야 한다는 공적 의무 때문이다.

제품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에 합당한 돈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 한 해 4만3000달러의 수업료를 받지만 무료 온라인 강의와 똑같은 수업을 하는 ‘트럼프대학’을 세운 사람, 손바닥 뒤집듯 정당을 바꿔온 사람.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와 심리치료 전문가 로즈메리 소드는 트럼프를 극단적으로 현재 순간에 묶여 있고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인물로 분석한다. 저자들은 트럼프의 불안정함과 변덕스러움을 감안할 때 대재앙을 초래할 수준의 위험한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재앙이 미국에만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여우처럼 미친 척하는 걸까, 진짜 완전히 미친 걸까. 그의 돌출행동이 치밀한 전략일 수 있다는 추정에 대해 임상심리학자 마이클 탠지는 “진짜 완전히 미친 ‘망상장애’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탠지는 대통령 취임일에 트럼프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한 연설 중 마음대로 얘기하는 마지막 5분을 분석한다. 취임 전에는 정보기관의 무능함을 비난했다가 이날은 CIA를 1000% 지지한다고 말하고, 취임식 날에 비가 오다가 자신을 향해 햇살이 밝게 비췄고 자신이 떠난 즉시 비가 세차게 내렸다는 말(그날은 종일 보슬비가 내렸다) 등은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이라는 것이다.

심리치료사 하퍼 웨스트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학대 가해자들과 트럼프가 동일한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수치심을 못 참고 보복성 분노를 터뜨리고 책임감과 공감 능력이 없고 주목받으려고 애쓰는 성향은 트럼프와 학대 가해자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웨스트는 “시민들은 학대당하는 배우자가 느끼는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이며 “미국은 복잡한 문제들을 처리할 해법에 집중하는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직접 대면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된 자료를 분석했다는 점, 즉 트럼프의 기이한 언행이 공인의 계산된 것일 수 있음을 감안한다 해도 정신의학자들의 다채로운 분석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트럼프에 대한 이 분석 자료들은 금전, 가족관계 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현대사회의 정신적 문제들을 고찰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신분석학자 토머스 싱어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 대해 미국 안에서 좁아지는 백인의 입지, 세계 무대에서 위축되는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싶은 미국인의 욕망이 투영됐다고 파악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두꺼운 한 권의 분석서는 현재 미국사회가 처한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읽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밴디 리#정지인#이은진#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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