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6000가지 맞춤형 신용카드… 빅데이터 대박친 美 캐피털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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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대출이자 낮춰 고객 유인
소득에 따라 한도와 연회비 차등
8년만에 5000만명 회원 확보
美 5대 카드사로 단숨에 뛰어올라

데이터는 21세기 원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린다. 데이터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도 하지만 기업의 기존 비즈니스에도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의 신용카드사 캐피털원은 기존의 신용카드 비즈니스를 데이터 활용을 통해 혁신한 대표적인 사례다.

캐피털원은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대중 맞춤(mass customization)’ 카드의 개척자다. 무려 6000여 종의 신용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5대 카드 회사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공동 창립자인 리처드 페어뱅크와 나이절 모리스는 신용카드 비즈니스와는 관련이 없던 경영 컨설턴트였다. 하지만 그들은 카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군을 소집단으로 세분화한 뒤 이자율과 계약조건, 수수료 등에서 각각의 소집단에 맞는 맞춤형 카드를 판매하면 많은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고자 여러 은행과 접촉했지만 카드 연회비 수입에 집착하는 보수적인 은행들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거의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버지니아주 중부의 작은 은행 시그넷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두 명은 1988년부터 시그넷에서 일하면서 개인정보, 구매기록 등 다양한 고객 정보를 축적하며 분석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 은행 고객을 약 300개의 소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각 소집단 고객의 예상된 선호에 맞춰 이자율과 계약 조건 등을 조정한 300여 개의 맞춤형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도 발견했다. 카드사에 가장 많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고객군의 특성을 찾아낸 것. 그것은 바로 카드 대출을 받아 매달 일부만을 갚아 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고객들은 매달 13∼17% 정도의 높은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있었다. 페어뱅크와 모리스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이자율이 낮은 카드를 만들어 이 고객군을 끌어들였다. 또 연회비가 없는 신용한도 2000만 원의 ‘벤츠 동호회’ 카드, 연회비가 있고 신용한도는 20만 원에 불과한 저소득자용 카드 등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그넷의 혁신적 카드는 다른 카드사로부터 수백만 명의 고객을 유인했고 큰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곧 신용카드 부문이 본사인 시그넷 은행보다 더 커져, 1995년 캐피털원이라는 회사로 분사했다. 이후 8년 동안 캐피털원은 약 5000만 명의 회원을 유치했다.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도 소셜 데이터 분석에 앞서가는 업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소셜미디어에 ‘나는 솔트(Salt)가 정말 좋아!’라고 쓰면 그 솔트가 소금이 아니라 앤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의 제목이라는 걸 알아낸다. 그리고 그 글을 쓴 사람의 소셜미디어 친구들에게 영화 관련 상품을 추천해 줘서 글 쓴 사람에게 선물해 주도록 유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캐피털원과 월마트 같은 기업들은 끝없이 소셜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고객 성향과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경쟁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고, 누가 그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빅데이터MBA학과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최용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산학협력단장 yjc@assist.ac.kr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신용카드.빅데이터#미국 캐피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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